“하루 두 번만 열리는 바닷길”… 가을 ‘이 섬’으로 떠나보세요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가을 하늘이 가장 높이 솟고, 남해 바다가 유리처럼 맑아지는 시기. 이 계절에만 제대로 빛나는 섬이 있다.


소매물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소매물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경남 통영 소매물도는 하루 두 번, 바다가 갈라지는 순간에만 그 진가를 드러낸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곳이다.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는 소매물도의 매력이 절정에 달한다. 기온은 쾌적하고 습도는 낮아 길을 걷기 좋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섬을 찾기 위해서는 교통편과 물때를 동시에 맞춰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 따른다.


소매물도 여행의 시작은 배표를 확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통영항과 거제 저구항에서 각각 배가 출항하는데, 성수기 주말에는 표가 매진되기 쉽다. 미리 예약을 서두르지 않으면 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물때 확인’이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잇는 몽돌길은 썰물일 때만 드러난다. 하루 두 번, 단 2시간 남짓 열리는 길을 놓치면 등대섬은 눈앞에 두고도 접근할 수 없다.


소매물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조광연
소매물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조광연


통영항에서 출발하면 한려수도의 섬들을 지나며 긴 항해가 이어진다.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운임은 성인 왕복 3만8천 원 안팎이다. 대신 선상에서 남해의 가을 바다를 천천히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거제 저구항은 소요 시간이 절반 수준인 40~50분이다. 요금은 성인 왕복 3만4천 원대로 다소 저렴하다. 다만 거제 남단에 위치해 대중교통 접근이 불편하다는 점은 여행 계획에 감안해야 한다.


배에서 내리면 소매물도 마을을 지나 망태봉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이 기다린다. 힘이 들 법한 구간이지만, 가을 특유의 청량한 공기와 억새 군락이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전망대에 오르면 등대섬과 푸른 남해가 한눈에 펼쳐진다.


바닷길이 열리면 몽돌이 깔린 좁은 길을 따라 등대섬으로 향한다. 마지막 오르막 끝에 선 하얀 등대는 소매물도 트레킹의 상징 같은 존재다. 이곳에서 맞는 바닷바람은 길 위에서 흘린 땀을 단숨에 식혀준다.


소매물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범수
소매물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범수


소매물도 안에는 식수나 편의시설이 거의 없다. 따라서 개인이 준비해 간 물과 간식이 여행의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또한 일교차가 큰 가을 날씨에 대비해 가볍지만 보온이 가능한 겉옷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트레킹 전체 소요 시간은 여유롭게 잡아 2~3시간 정도다. 물때와 배편 시간표가 맞지 않으면 여정이 단절될 수 있으니, 철저한 계획이 곧 성공적인 여행을 좌우한다.


가을 소매물도는 단순히 걷는 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다가 갈라져야만 열리는 길, 그 길 끝에서 만나는 등대와 남해의 풍광은 준비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