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하루에 단 두 번, 단 30분만 허락되는 여행지가 있다.

인천 옹진군 선재도 남단에 위치한 ‘목섬’은 바닷물이 빠질 때에만 길이 드러나는 독특한 섬이다.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섬 33선’ 중 1위를 차지했을 만큼 경관은 이미 검증됐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여행객이 존재조차 모르는 이 섬은, 알고 찾아가는 이들에게만 자연이 주는 특별한 보상을 안긴다.
하루 두 번의 ‘모세의 길’, 단단한 황금빛 트레일
목섬으로 향하는 길은 단순한 갯벌이 아니다. 현지 주민들이 ‘목떼미’라 부르는 이 1km 남짓한 길은 곡선형으로 휘어져 있으며, 자갈과 단단한 모래로 이루어져 있다. 덕분에 진흙에 발이 빠질 걱정 없이 비교적 쾌적하게 걸을 수 있다.
바닷길은 하루 두 번 썰물 때에만 잠깐 열린다. 정확한 시간은 날마다 달라지며, ‘바다타임’ 같은 물때 정보 앱이나 해양수산부의 조석 예보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 시간을 놓치면 섬으로 진입조차 불가능하거나 고립될 위험이 있다.

주차는 저렴하지만, 대중교통 접근성은 아쉬움 남겨
목섬은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입장료도 없다. 그러나 바닷길의 특성상 정해진 시간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간 조율은 필수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뱃말항 공영주차장’을 활용하면 되며, 주차 요금은 기본 30분 1,000원, 이후 15분마다 500원이 추가된다.
대중교통 이용은 다소 불편한 편이다. 인천역에서 790번 좌석버스를 타고 선재도에서 하차한 후, 약 1.2km를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버스 간격도 긴 편이라 시간 계획을 잘 세워야 하며, 대부분의 방문객은 자차 이용을 선호한다.
숨겨진 재미: 갯벌 체험과 선재도 해양 관광
목섬을 찾는 김에 선재도 내 다른 체험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선재어촌체험마을에서는 유료 갯벌 체험장이 운영 중인데, 입장료는 12,000원이며, 장화나 채취 도구는 별도 대여가 필요하다. 체험 일정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동되므로 사전 확인이 필수다.
이 체험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나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바다 생태계와 밀접하게 접할 수 있는 현장형 체험은 아이들에게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CNN이 1위로 꼽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CNN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목섬을 1위에 올린 배경에는 단순한 경관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 인위적인 조형물 하나 없이 자연 그대로의 미를 간직하고 있으며, 물길이 만들어내는 시간의 제약과 그로 인한 희소성이 관광지로서의 특별함을 더한다.
단순히 예쁜 섬이 아닌, 바다의 흐름과 계절, 날씨가 만들어낸 ‘시간이 정해진 섬’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은 현대인의 감각에 오히려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느리고 한적한 시간 속에서, 자연과 호흡하는 경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목섬은 광고가 이끄는 관광지가 아니다. 입소문으로만 알려진 섬, 아무나 쉽게 갈 수 없는 섬, 하지만 그만큼 기억에 오래 남는 섬이다. 자연이 만든 황금길을 따라 30분간 이어지는 이 여정은 여느 트레킹 코스보다 짧지만, 감정의 잔상은 더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