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매달린 3.6km”… 27만 년 전 화산 흔적 따라 걷는 절벽 트레킹 명소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까마득한 절벽 옆으로 이어진 좁은 길에 발을 내딛는 순간, 발아래 깊은 협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탄강 주상절리길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범수
한탄강 주상절리길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범수


이 길은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에 위치한 ‘한탄강 주상절리길’이다. 2025년 현재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이곳은 약 27만 년 전 화산 활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자연 박물관이자, 3.6km 구간에 걸쳐 허공 위를 걷는 독특한 트레킹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한탄강 협곡은 평강 오리산 화산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굳으며 형성됐다.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수축과 갈라짐이 반복되며 다각형의 현무암 기둥이 세워졌고, 그 결과 오각형과 육각형이 맞물린 절리들이 협곡 양편에 병풍처럼 늘어섰다.


바닷가에 형성된 제주도 주상절리와 달리, 내륙의 강을 따라 생성된 절경이라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된다.


한탄강 주상절리길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범수
한탄강 주상절리길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범수


협곡 속 주상절리는 단순히 관광 자원이 아니라, 동아시아 화산지질 연구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자료로도 활용된다. 국내외 지질학계가 꾸준히 연구 대상에 포함시키는 이유다.


주상절리길의 핵심은 ‘잔도’라 불리는 절벽 매달림 길이다. 철제 구조물이 절벽에 고정돼 만들어진 길을 따라가면, 발아래로는 협곡이 훤히 보이고 눈앞에는 주상절리의 단면이 펼쳐진다. 총 세 곳에 설치된 스카이워크 전망대는 협곡 위로 돌출돼 있어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트레킹은 보통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전망 공간이 마련돼 있다. 다만 순환 코스가 아닌 편도이므로 출발 전 귀환 교통편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한탄강 주상절리길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한탄강 주상절리길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주상절리길은 계절에 따라 운영 시간이 달라진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이 가능하며, 11월부터 2월까지는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 입장은 마감 시간보다 최소 2시간 전에 이뤄져야 한다. 매주 화요일과 설·추석 당일, 1월 1일은 휴무일이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만 원이며, 절반에 해당하는 5천 원은 철원사랑상품권으로 즉시 환급된다. 관광객에게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지역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적 장치가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