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까 봐 걱정했는데”… 모노레일 타고 땅끝마을, 부모님도 만족한 여행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지도에서 가장 아래로 시선을 내리면 ‘땅끝마을’이 보인다. 


땅끝탑 스카이워크 - 해남군
땅끝탑 스카이워크 – 해남군


‘국토의 끝’이라는 타이틀 아래 자칫 고요한 풍경을 떠올릴 수 있지만, 이 마을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역동적이고 깊다. 아찔한 스카이워크, 몽환적인 일출, 축제처럼 몰려드는 여행객들까지. 땅끝에서 시작되는 경험은 예상보다 다채롭다.


일출과 일몰이 공존하는 장소, ‘하루의 전부를 보다’


땅끝마을의 핵심은 하루의 양 끝을 모두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갈두항 앞쪽, 두 개의 작은 섬인 ‘맴섬’ 사이로 붉은 태양이 솟구치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특히 2월 중순과 10월 하순엔 태양이 섬 한가운데를 정확히 관통해 올라, 마치 시간의 문을 여는 듯한 풍경을 만든다.


해가 질 무렵이면 같은 장소가 전혀 다른 표정으로 바뀐다. 황금빛으로 물든 바다 위로 해가 가라앉는 풍경은 ‘세상의 끝’에서 마주하는 정적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준다. 같은 장소, 다른 감성. 땅끝마을은 하루를 두 번 감동시키는 마을이다.


땅끝전망대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두드림
땅끝전망대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두드림


해남 땅끝탑과 스카이워크, 남도의 끝에서 느끼는 짜릿함


땅끝마을 중심에는 북위 34도 17분 38초 지점에 세워진 ‘땅끝탑’이 있다. 높이 9미터, 삼각 기둥 형태의 이 탑은 육지의 마지막을 선언하듯 우뚝 서 있다.


탑 앞에는 18미터 길이의 스카이워크가 이어지는데, 바닥 일부가 투명 유리로 되어 있어 바로 아래의 푸른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거친 파도 소리와 함께 발밑으로 펼쳐지는 광경은 마치 허공을 걷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흔한 전망대와는 결이 다르다. 입장료는 없으며, 짧은 동선 안에 극적인 체험이 응축돼 있다.


땅끝탑 스카이워크 - 해남군
땅끝탑 스카이워크 – 해남군


모노레일에서 바라본 바다, ‘이동’조차 여행이 되는 순간


땅끝마을 여행에 있어서 모노레일은 단순한 교통 수단이 아니다. 갈두산의 경사를 타고 천천히 올라가는 7~8분간의 여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전망대다.


좌석에 앉아 통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는 풍경은 남해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모노레일 상부 승강장에 도착하면 바로 스카이워크와 전망대로 이어지는 길이 열려 있어, 이동 동선 또한 자연스럽다.


땅끝마을 모노레일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전형준
땅끝마을 모노레일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전형준


여행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이유, 땅끝에서 나누는 떡국 한 그릇


특히 해맞이 시즌이면 이 마을은 또 다른 표정을 띤다. 해가 뜨는 첫날, 이른 새벽부터 몰려드는 인파는 새해를 맞는 설렘을 안고 모인다. 땅끝탑 앞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떡국을 나누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계절과 시간을 나누는 따뜻한 광경이 펼쳐진다.


이곳의 인기에는 ‘자연’뿐 아니라 ‘사람’이 있다.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소비하듯 다녀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고 정서를 공유하는 곳. 그것이 땅끝마을이 다시 찾게 되는 이유다.


왜 ‘끝’이 아니라 ‘시작’인가, 땅끝이 가진 아이러니


흥미로운 점은, 이 마을에 다녀온 사람들 대부분이 “끝을 보러 갔다가, 시작을 다짐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지점’에 서 있다는 감정은 때로 절망보다 희망을 부른다.


이런 감정은 탑이나 풍경 때문이 아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바다, 해가 지고 다시 떠오르는 일상의 리듬이 공간을 통해 감정화되며, 이곳을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심리적 전환점’으로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