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가을 햇살이 산등성이를 비추는 계절, 충북 충주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10년 넘게 닫혀 있던 월악산 악어봉 탐방로가 드디어 문을 연 것이다. 오랫동안 출입이 제한됐던 이 길은 ‘위험한 비경’으로만 회자되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자연과 사람이 함께 숨 쉴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곳은 단순한 재개방지가 아니다. 국립공원공단이 10년 동안 추진한 ‘비법정 탐방로 정비 사업’의 결실이자, 안전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잡기 위한 실험적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악어봉은 충주시 살미면 월악로 인근, ‘게으른악어’ 카페 맞은편에서 탐방이 시작된다. 과거 이곳은 정식 탐방로가 아닌 비공식 경로였다. 급경사와 낙석, 미끄러운 흙길이 이어져 사고 위험이 높았고, 무단 입산으로 자연 훼손이 심각했다. 이런 이유로 국립공원공단은 출입을 통제하며 장기간 정비에 착수했다.
악어봉 탐방로는 총 1.1km. 그중 0.9km가 목재 데크로 조성되어 있다. 초보자나 가족 단위 탐방객도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다. 기존의 흙길 대신 데크 계단이 설치되면서, 발걸음은 한결 가볍고 주변 풍경은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예전처럼 도로를 건너 위험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주차장에서 육교를 건너면 바로 탐방로 입구로 이어져, 접근성 또한 크게 개선됐다. 왕복 약 1시간 40분의 코스는 짧지 않지만, 안전장치가 마련된 덕분에 ‘위험한 모험’이 아닌 ‘건강한 도전’으로 바뀌었다.
정상에 다다르는 순간, 탁 트인 충주호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거대한 물결 위로 산자락들이 길게 뻗어, 마치 악어들이 물가를 향해 기어가는 듯한 형상을 이룬다. 바로 이 독특한 모습이 ‘악어봉’이라는 이름의 유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