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댐 위를 걷는다”… 피톤치드 숲길러 어우러진 2.5km 산책로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부산의 백양산 자락에는 호수와 숲이 어우러진 풍경만 본다면 평범한 휴식처 같지만, 발밑에는 100년 전 세워진 한국 최초의 콘크리트 댐이 자리하고 있다.


성지곡수원지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성지곡수원지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1909년 완공된 성지곡수원지는 당시 최신 기술이 집약된 중력식 콘크리트 댐으로, 부산 시민들에게 상수도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높이 27m, 길이 112m 규모로 건설돼 총 61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었으며, 근대 수도시설의 시작점으로 평가받아 2008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1970년대 낙동강 취수원이 본격 가동되면서 수원지 기능은 멈췄지만, 그 자리는 도심 속 녹지공간으로 새롭게 살아났다. 댐을 감싸며 심어진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수십 년 동안 뿌리를 내리며 숲을 이루었고, 지금은 부산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산책 명소가 됐다.


특히 이 숲이 만들어내는 공기에는 피톤치드가 풍부하다.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완화와 호흡기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어, 단순한 산책 이상의 ‘치유의 공간’으로 불린다.


성지곡수원지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성지곡수원지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성지곡수원지를 한 바퀴 도는 길은 약 2.5km다. 완만하고 평탄하게 조성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보통 한 시간이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어 일상 속 짧은 힐링 코스로 제격이다.


걷는 내내 펼쳐지는 풍경은 매번 달라진다. 호수 위로 비치는 하늘빛, 숲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곳곳에 마련된 쉼터가 만들어내는 여유가 산책을 더욱 특별하게 한다. 특히 여름에는 시원한 숲길이,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방문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부산에는 시민공원, 황령산 봉수대 등 도심 속 녹지가 여럿 있지만, 성지곡수원지가 주는 울림은 다르다. 자연의 고요함 속에 100년 전 산업화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 있어 단순한 공원을 넘어선 역사적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성지곡수원지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성지곡수원지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성지곡수원지는 연중무휴로 24시간 개방되며, 입장료는 없다. 자가용 방문객을 위해 800여 면의 주차장이 마련돼 있으며, 10분당 300원, 하루 최대 1만5천 원의 요금으로 운영된다. 장시간 머물러도 부담이 적은 편이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다. 부산 시내 주요 거점에서 어린이대공원으로 향하는 버스 노선이 다양해 차량 없이도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