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창원의 밤을 빛내는 명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콰이강의 다리’로 불리는 이 스카이워크는 낮보다 밤에 더 많은 발길이 몰리는 곳으로, 최근 야경 명소로 재조명되고 있다. 단순한 산책 코스를 넘어 시각적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문화형 관광지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낮보다 밤, 진짜 콰이강의 다리는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
이곳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닥 강화유리 위로 펼쳐지는 조명 연출에 있다. 13.5m 아래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는 경험 자체도 특별하지만, 해 질 무렵부터 시작되는 LED 조명 연출이 이 공간을 ‘은하수 산책로’로 바꿔놓는다. 최근 창원시는 이곳에 미디어파사드 기술을 도입해 다리 자체를 하나의 시각 콘텐츠로 확장했다.
보행자는 단순히 조명을 보는 것을 넘어, 다리 위에서 하나의 공연을 경험하게 된다. 단순 관광지를 넘어 ‘체류형’ 콘텐츠 공간으로 전환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다리 위의 감성, ‘시간을 보내는 법’을 제안하다
이색 요소로 주목받는 ‘느린 우체통’은 방문객의 감정을 시간을 두고 전달한다. 이곳에 적은 엽서는 한 달 혹은 일 년 후 도착하도록 발송된다.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토존 이상의 정서적 연결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다리를 다시 찾는 동기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관광의 흐름이 단발성 소비에서 반복 방문으로 확장되는 현상은, 지역 콘텐츠의 정서적 연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콰이강의 다리는 그 감성적 연결고리를 ‘시간’으로 설계한 셈이다.
‘저도연륙교’였던 다리, 1987년에서 2025년까지의 긴 여정
이 다리의 원형은 1987년 구산면과 저도를 잇기 위해 설치된 차량용 철제 교량 ‘저도연륙교’다. 이후 2004년 신교량 개통으로 폐쇄되었지만, 2017년 보행 전용 스카이워크로 재탄생하며 전환점을 맞았다. 바닥의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중앙 약 80m 구간에 특수 강화유리를 깔아 기존과 완전히 다른 기능과 정체성을 부여했다.
2025년 현재, 이 다리는 누적 방문객 약 25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단순한 구조물의 재활용이 아니라, 도시 재생과 콘텐츠 산업이 결합된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야경 명소의 조건, 이제는 ‘경험의 연출력’이다
콰이강의 다리가 다른 야경 명소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단순한 조명 이상의 스토리텔링이다. 은은한 LED에서 시작된 조명이, 미디어파사드 기술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면서 보는 이에게 감정적 파동을 만든다. 관광지로서의 소비보다는 ‘장면’을 기억에 남기는 장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곳은 창원의 랜드마크이자, 전국적으로도 주목받는 ‘도보형 감성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콰이강의 다리에서는 개인이 적막 속을 걷든,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걷든 그 경험은 각각 다르게 각인된다. 누구와 함께 있든, 바다 위를 걷는 투명 유리 위의 그 오싹한 스릴은 공통된 경험이지만, 다리 위에서의 감정은 방문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개별화된 경험을 가능케 하는 점이, ‘모든 사람을 위한 관광지’로 기능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