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가을이 다가오면 제주의 오름들 중에서도 단연 주목받는 곳이 있다.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자리 잡은 ‘새별오름’은 이름처럼 홀로 빛나는 존재감을 지닌다. 사계절 내내 오를 수 있지만, 특히 억새가 춤추는 가을이면 그 매력이 절정에 달한다.
샛별처럼 하늘을 찌르듯 솟은 새별오름은 해발 519.3미터로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높이를 갖췄다. 접근성도 뛰어나며, 완만한 동쪽 등산로와 가파르지만 짧은 서쪽 코스를 선택할 수 있어 트레킹 초보자부터 경험자까지 모두 만족시킨다.
새별오름은 단순히 산 하나로 설명되기엔 지형이 독특하다. 다섯 개의 봉우리가 별 모양으로 뻗어 있으며, 특히 남봉을 중심으로 북서·북동·남서 방향으로 이어진 능선이 시각적으로도 인상적이다. 북쪽은 움푹 들어가고 서쪽은 탁 트여 있어 정상에 서면 한라산과 비양도, 서해바다까지 한눈에 담긴다.

가을이면 능선을 따라 은빛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사진 한 장으로 담기 어려울 정도로 장관이며, 이는 단순한 ‘억새 군락지’ 수준을 넘어선다. 억새는 오름의 중턱이나 입구에서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어 체력에 자신 없는 방문객도 여유롭게 계절을 누릴 수 있다.
새별오름이 단순한 등산 코스를 넘어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곳은 매년 정월대보름 즈음에 열리는 ‘제주 들불축제’의 주무대다. 과거 제주 목축민들이 들판의 해충을 없애기 위해 불을 놓았던 전통에서 비롯된 이 축제는, 오름 전체가 불꽃에 휘감기는 강렬한 장면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97년부터 현대적 축제로 거듭난 이 행사는 이제 제주의 대표 봄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관광객과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대형 이벤트로, ‘불을 통한 정화’와 ‘공동체의 연대’를 테마로 삼는다. 단지 볼거리를 넘어서, 제주의 문화와 자연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공간이 되는 셈이다.

새별오름의 주소는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산 59-8로, 차량을 이용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입장료는 없으며, 넓은 무료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단체 관광객도 무리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약 20~30분, 왕복 소요 시간은 1시간 이내로 간단한 트레킹 코스로 적합하다.
운영 시간 제한이 없고,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되기 때문에 일출이나 일몰을 보기 위해 이른 시간이나 늦은 저녁에 찾는 이들도 많다. 단, 날씨나 일몰 후의 조도 상황에 따라 안전에 주의할 필요는 있다.
제주 가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새별오름은 반드시 지도를 펼쳐 넣어야 할 이름이다. 그곳에서 마주치는 풍경은 누구에게나 다르게 다가오겠지만, 공통적으로 남는 건 하나다. ‘이 계절, 제대로 느꼈다’는 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