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대통령실이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개편에 대한 재검토에 나섰으나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여권 내 찬반양론이 팽팽한 데다 세법 개정 절차가 올해 말까지 이어져 아직 시일이 충분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대 여론이 큰 만큼 현행 대주주 기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민주당과 정부·여당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범위 확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여당은 주식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현행 유지하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정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추이를 좀 더 지켜보고 숙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말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낮춰 과세 범위를 확대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공개했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을 되돌리는 동시에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가 사실상 폐지된 데 따른 조세 정상화 일환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지만 과세 대상자가 늘어난다는 점 때문에 주식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여당에서도 '코스피 5000' 달성을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어긋난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는 의원이 10명을 넘어서고 당내 이견이 분출되자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도 “10억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당정은 찬반이 극명한 상황을 감안해 당장 결론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에선 윤석열 정부 기간에 줄어든 세수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세법·시행령 개정안 발표까지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9월 정기국회 때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후 소관 상임위원회 논의를 거쳐 세법 개정안이 확정되면 내년 초 시행령 개정안 발표와 함께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여권에서는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데 대한 반대 여론이 큰 만큼 조만간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입장이 정리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자칫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춘석 의원의 차명계좌 거래 의혹이 투자자들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앞서 리얼미터가 지난 5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주주 기준 개편과 관련해 '국내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62.5%를 기록했다(무선 100% 임의전화걸기 및 자동응답조사 방식·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응답률 3.2%·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회 전자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양도소득세 강화 반대 청원도 일주일 만에 1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1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하향 반대' 청원에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14만4102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연말마다 회피 물량이 쏟아지면 코스피는 미국처럼 우상향할 수 없다”며 “다시 예전처럼 박스피만 남는 시장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 정책위원회에서 당내 의견을 청취한 결과에서도 과세 기준을 50억원으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의견은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공유됐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낮춰도 세수 증대 효과가 미미하다고 한다”며 “결국 여론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