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푸르게 펼쳐진 숲길 너머에는 자연만큼이나 깊은 역사를 품은 공간이 있다.

전남 담양군에 위치한 ‘한국대나무박물관’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선 복합 문화공간이다. 대나무의 문화사와 공예 흐름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전문 박물관으로, 무더운 계절에도 실내 관람과 대숲 산책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여행지로 주목받는다.
1981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처음엔 소규모 전시관이었지만, 대나무문화가 차지하는 비중과 수요가 커지며 1998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이후 2003년부터 ‘한국대나무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운영되며 지역 상징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전시 구성은 실용적인 죽세공예품에서부터 예술성을 강조한 현대작까지 아우른다. 특히 전국대나무공예대전 입상작과 함께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외국의 공예품도 포함돼 있어 아시아 죽세문화의 교류를 엿볼 수 있다. 이 외에도 2015년 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에서 사용된 전시품이 현재까지 일부 보존·전시되고 있어 박물관의 외연을 확장한다.

이곳을 단지 ‘보는 박물관’으로만 생각하면 반쪽만 경험한 셈이다. 전시관 밖으로 나가면 실제 대숲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과 유리온실, 대나무공예체험관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대나무를 직접 깎고 엮으며 전통 공예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겐 교육의 장이자, 어른들에겐 추억의 공간이 된다.
특히 어르신을 위한 무료 입장 제도와 체험 활동은 고령층 문화 접근성을 높이는 요소로도 평가된다. 65세 이상, 만 6세 이하 어린이, 담양군민, 국가유공자와 장애인에겐 무료 관람이 제공되며, 일반 관람료도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돼 있다.
실내는 쾌적한 관람 환경이 조성돼 있고, 외부 산책로는 햇빛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자연 그늘이 펼쳐진다. 도심의 미술관이나 대형 쇼핑몰이 더위 피난처가 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조용한 힐링을 원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대안이 되는 셈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오후 5시 30분 전까지 입장하면 천천히 관람이 가능하다. 연중무휴에 가까운 개방성과 무료 주차는 외지 방문객에게도 부담을 낮춘다. 실제로 가족 단위 방문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접근성에 기인한다.
과거엔 박물관이란 그저 ‘역사 보관소’로 여겨졌다. 그러나 한국대나무박물관은 그 개념을 확장한다. 기념사진을 찍는 공간, 산책하는 숲, 가족과 체험하는 교실이 모두 박물관의 일부가 되는 구조다.
이는 최근 박물관이 단지 전시를 넘어서, 지역과 연계된 살아 있는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방문객의 관람 체류 시간이 긴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며, 교육적 가치는 물론 관광 자원으로서도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