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제주의 여름이 단순히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로만 기억된다면, 아직 상효원을 만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해발 400미터 고지대, 한라산 중산간에 위치한 이곳은 숲과 정원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여름 힐링 공간이다.
26만㎡(약 8만 평) 규모로 조성된 이 수목원은 KC코트렐의 이달우 회장이 자연의 가치를 널리 나누기 위해 만든 곳으로, 현재는 제주도의 ‘녹색 관광지’ 사업에 참여하며 지속 가능한 관광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초록에 둘러싸인 생태정원, 그 자체로 ‘제주의 자연’
상효원의 가장 큰 특징은 제주 고유의 식생과 이를 기반으로 꾸며진 16개 테마정원이다. 제주 토종 난초류인 한란과 새우란이 자생하고, 100년이 넘은 노거수와 상록 거목이 숲을 이루며 사계절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식물적 다양성과 생태적 가치 덕분에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식물자원 보존 및 연구소 기능도 병행하고 있다. 희귀종 보존과 원예 기술 연구를 위한 식물자원연구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점은 일반적인 정원과는 다른 차별점이다.

‘엄마의 정원’부터 ‘비밀의 정원’까지, 테마별 감성 산책
정원의 구성도 단조롭지 않다. 약용 식물원, 곶자왈 정원, 세미꼿 정원, 비밀의 정원 등 각각 다른 분위기를 가진 공간이 펼쳐져 있어, 마치 초록빛 갤러리를 천천히 산책하듯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곶자왈 정원에서는 제주 고유의 용암지대 숲 특성을 그대로 살린 구조가 인상적이다. 인위적인 꾸밈 없이 자연 그대로의 질서를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녹색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

체험의 폭을 넓히는 친환경 인프라
상효원은 단순한 관람형 수목원이 아니다. 관광객을 배려한 친환경 전기 기차 투어가 운영되며, 넓은 부지를 보다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걸음을 옮기면 곳곳에 마련된 산책로에서 꽃과 나무를 눈높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기차는 특히 어린이 및 고령자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으며, 접근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춘 구성이다. 이외에도 실내외 카페, 한식당, 미니 갤러리, 기프트 숍 등 체류형 관광에 필요한 요소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초록 위의 경험, 여름의 다른 얼굴을 만나다
아이들과 함께 뛰놀 수 있는 에어바운싱돔, 가족단위 캠핑이 가능한 야외 공간, 소규모 웨딩 및 연회가 가능한 컨벤션홀까지 운영되며, 단순한 휴식에서 경험 중심 여행지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자연과 소비의 공존’을 지향하는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환경 보호 실천을 위한 그린카드 소지자에게는 입장료 할인 혜택이 주어지며, 이는 관광객에게도 친환경 선택의 동기를 제공한다.

실용 정보 요약 – 알고 가면 더 편하다
상효원의 주소는 서귀포시 산록남로 2847-37(상효동)이며, 연중무휴 운영된다. 3월부터 9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장하며, 입장은 폐관 1시간 전까지 가능하다.
입장료는 성인 9,000원, 청소년 및 만 65세 이상 경로 7,000원, 어린이 6,000원으로, 단체 및 우대 조건에 따라 할인된다. 또한, 대형 차량도 수용 가능한 넓은 무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여름 제주가 늘 해변과 바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효원은 그 대안적 제안이다. 숲의 서늘함, 초록의 치유력, 테마정원의 섬세함이 어우러져 하루 종일 머물러도 부족함 없는 공간이 완성됐다.
한라산 자락에서 초록의 여름을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상효원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경험’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