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을 버틴 인천의 수호목, 장수동 은행나무의 가을이 시작됐다

가을 햇살 아래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장수동 은행나무의 전경. [ⓒ열린관광서포터즈]
가을 햇살 아래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장수동 은행나무의 전경. [ⓒ열린관광서포터즈]

인천 남동구 장수동 소래산 등산로 초입 만의골 입구에는 800년 세월을 견딘 고목이 우뚝 서 있다. 바로 장수동 은행나무로, 높이 28~30미터, 둘레 9미터 가까운 거대한 몸체에 다섯 갈래로 뻗은 가지가 위엄을 자아낸다.

1992년 인천시 기념물로 처음 지정된 이 나무는 2021년 천연기념물 제562호로 승격되며 그 가치를 다시금 인정받았다. 서울 및 수도권과의 뛰어난 접근성과 더불어 매년 11월경 절정을 이루는 황금빛 단풍 덕분에, 지금은 인천 대표 가을 단풍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마을을 지키는 신목, 전통이 살아 숨 쉰다

장수동 은행나무는 단순한 고목이 아니라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져 왔다. 예로부터 마을 주민들은 음력 7월과 10월이면 이 나무 아래서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제례를 지내왔고, 지금도 그 전통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이 나무의 잎이나 가지를 집 안으로 들이지 않는 금기도 전해질 만큼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수세기 동안 마을의 평안을 지켜온 장수동 은행나무는 인천 지역 민속신앙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다.

 

황금빛으로 물든 계절,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순간

점차 물들어가는 은행나무의 잎들. [ⓒ여행노트 전준호]
점차 물들어가는 은행나무의 잎들. [ⓒ여행노트 전준호]

매년 늦가을, 장수동 은행나무는 그 진가를 드러낸다. 11월 중순부터 황금빛 은행잎이 나무 아래를 가득 메우며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나무의 웅장함과 단풍의 화려함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사진가들에게는 절호의 출사 장소이며, 나들이객들에게는 도심 속 자연을 만나는 힐링 명소다. 별다른 장치 없이도 방문객 스스로 풍경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장소다.

 

소래산 산책로와 인천대공원까지, 반나절 여행 코스 완성

은행나무와 연결된 소래산 산책길. [ⓒ열린관광서포터즈]
은행나무와 연결된 소래산 산책길. [ⓒ열린관광서포터즈]

장수동 은행나무는 소래산 등산로 초입에 위치해 있어, 짧은 산책이나 가벼운 등산과 연계한 여행 코스로도 매우 적합하다. 소래산과 인천대공원은 걷기 좋은 코스와 숲길로 이어져 있어 자연을 느끼며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기에 제격이다.

별도 예약이나 입장료 없이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가족, 연인, 시니어층까지 모두에게 어울리는 접근성 좋은 자연 힐링 공간이다.

 

자연유산과 미식, 하루 안에 즐기는 인천 로컬 여행

은행나무 관람 후에는 장수동과 남동구 일대의 다양한 로컬 맛집에서 식사를 즐기는 것도 좋다. 정겨운 밥집부터 계절 음식이 잘 어우러진 식당까지 다양해, 하루 일정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준다. 자연과 역사, 문화, 먹거리가 모두 갖춰진 장수동 은행나무는 당일치기 근교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800년을 버텨온 거목이 지금도 살아 숨 쉬는 곳. 장수동 은행나무는 단순한 단풍 명소를 넘어 인천이 간직한 역사이자 마을 공동체의 기억이다. 이번 가을, 바쁘게 흘러가는 도시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오래된 나무 아래서 고요한 자연의 숨결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