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그중에서도 영월읍 어라연길 끝자락에 자리한 잣봉은 높이 537미터로 비교적 낮은 산이다.

하지만 이 겸손한 높이의 산이 품고 있는 풍경은 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다시금 이끈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시원한 공기와 함께 찾아오는 조용한 감동이 있다.
2025년 8월 기준, 영월군이 관리하는 잣봉은 입장료나 운영 시간의 제한이 없어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으며, 어라연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고도라는 점에서 등산객은 물론 여행자들에게도 인기다.
잣봉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어라연’을 조망하기 위함이다. 어라연은 동강이 C자 형태로 휘감아 흐르는 지점에 위치하며, 그 곡선의 중심에는 삼선암이라는 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물결 사이로 솟은 이 바위는 강물이 햇살을 받아 반짝일 때, 마치 고요한 수묵화 속 경치를 눈앞에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준다.

‘고기가 비단처럼 떠오른다’는 이름의 유래처럼, 어라연은 예로부터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도 그 정취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바위들은 사람의 형상을 닮기도 하고, 불상이나 짐승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잣봉 산행은 대개 폐교된 거운분교 인근에서 시작한다. 산행 시간은 왕복 기준 1시간 30분 내외로, 비교적 짧고 부담 없는 코스다. 잣봉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조금 더 걷다 보면, 어라연 전망대에 도착하게 되며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단순한 '조망'을 넘어선다.
전망대에서 되돌아와 강변으로 내려서는 길도 마련돼 있다. 절벽을 따라 조심스럽게 이어지는 이 길은 트레킹에 가까운 여정으로, 동강과 어라연을 발 아래에 두고 걸을 수 있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산길이 부담스럽다면, 물길을 따라 어라연을 만나는 방법도 있다. 문산리 문산나루터에서 출발하는 동강 래프팅은 유속이 빠르지 않아 초보자나 가족 단위 이용객에게 적합하다. 특히, 잣봉이 품은 어라연 구간을 물 위에서 올려다보는 순간은 사진으로 담기지 않는 생생함을 전한다.
이 구간은 급류보다는 조용한 흐름과 절경이 주는 감동이 크기 때문에, 격렬한 스릴보다는 자연 속 느림과 몰입을 원하는 이들에게 알맞다. 안전장비와 가이드는 현장에서 제공되며, 체험 전 안전 교육도 필수로 진행된다.
잣봉은 계절마다 완전히 다른 인상을 남긴다. 봄이면 진달래가 산 전체를 연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시원한 동강 바람이 더위를 씻어준다.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절벽이 물들고, 겨울에는 눈 내린 삼선암이 정적 속 신비를 더한다.

특히 여름철, 오후 시간대에 방문하면 햇살의 각도에 따라 바위와 물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가장 빛난다. 낮은 산세 덕분에 비교적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가벼운 산행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이다.
잣봉에서 어라연을 감상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는 잣봉 산행, 둘째는 강변 트레킹 코스, 셋째는 동강 래프팅 체험이다. 각 경로는 이동 방식은 다르지만 최종적으로 마주하는 풍경은 놀라우리만큼 유사하면서도 감정의 결은 조금씩 다르다. 어떤 길을 택하든, 중요한 건 ‘어라연’이라는 비밀의 풍경과 마주하는 그 순간의 몰입이다.
잣봉은 별도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으며, 주차 공간도 무료로 제공된다. 다만, 계절과 시간에 따라 일부 구간은 미끄러울 수 있어 트레킹화 착용을 권장한다. 자세한 사항은 영월군 관광안내(033-370-2426)로 확인하면 현장 상황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