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가을은 유난히 섬세하다. 도쿄의 빽빽한 빌딩 사이에서도 단풍이 물들면 도시 전체가 한층 부드러워진다. 붉은 단풍과 노란 은행잎이 어우러진 거리, 그리고 전통 정원 속 단풍나무는 ‘바쁘게 살아온 한 해의 위로’를 건네는 느낌도 든다.
도쿄 단풍은 우리나라와 달리 꽤 늦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절정이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도심에서 가장 아름답게 가을을 맞이할 수 있는 도쿄 단풍 명소 4곳을 소개한다.
리쿠기엔

에도 시대부터 이어져온 일본식 정원 ‘리쿠기엔’은 도쿄 단풍 명소 중 단연 손꼽히는 곳이다. 넓게 펼쳐진 연못과 인공 언덕, 그리고 400그루가 넘는 단풍나무가 정원을 화사하게 물들인다.
특히 일몰 후 조명이 켜지면 ‘야간 라이트업’이 시작되는데, 연못 위로 비치는 단풍의 반영이 마치 유화처럼 펼쳐진다. 실제로 보면 고개를 자연스럽게 끄덕일 정도다. 고요하게 산책하며 도쿄의 전통미와 가을 정취를 함께 느끼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쇼와기념공원

도쿄 서쪽 타치카와에 위치한 쇼와기념공원은 넓은 부지와 함께 ‘은행나무 길’로 유명하다. 특히 길 양쪽으로 늘어선 2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황금빛 터널을 이루는데, 이 공간을 그냥 지나칠 여행자는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해 질 무렵이면 노란 빛이 공원 전체를 감싼다.
단풍뿐 아니라 코스모스, 메타세쿼이아 등도 함께 볼 수 있어 가을 하루 산책 코스로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메이지진구가이엔

‘도쿄의 가을’을 대표하는 풍경을 꼽으라면 단연 메이지진구가이엔의 은행나무길이다. 길이 약 300m, 약 146그루의 은행나무가 일렬로 서 있어서 11월의 금빛 가을 터널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주말에는 차량 통제가 이루어져, 보행자 전용 거리로 바뀐다. 이 때 만큼은 가족, 커플, 친구, 혼자 누구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도쿄 도심에서 가장 편하게 가을 산책을 즐겨보자.
고이시키카와 고라쿠엔

도쿄돔 바로 옆에 자리한 고이시키카와 고라쿠엔은17세기 초반, 에도 시대 초기의 다이묘 정원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붉은 단풍이 돌다리와 연못, 그리고 일본식 다실을 둘러싸며 ‘정원의 가을’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특히 가을 햇살이 비칠 때 연못 위로 반사되는 단풍빛은 그 자체로 도쿄 여행의 하이라이트. 가을에는 무조건 방문해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