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농로였는데… 가을만 되면 사진작가들이 몰린다는 ‘이곳’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시기, 대한민국은 금빛으로 물든다. 그러나 매년 가장 많은 카메라가 향하는 곳은 의외의 장소다.


의동마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정현
의동마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정현


경남 거창의 한적한 시골길, 불과 100미터 남짓한 구간이 그 주인공이다. SNS 속 ‘가을 사진 명소’로 불리는 이곳은 이제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 되었다.


이곳의 공식 명칭은 거창 의동마을 은행나무길. 주소는 경상남도 거창군 거창읍 의동1길 일대다. 처음부터 유명했던 건 아니다. 2011년 열린 ‘제1회 거창관광 전국사진공모전’에서 한 사진작가가 출품한 한 장의 사진이 입상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평범한 농로가 전국의 사진가들에게 ‘성지’로 떠오른 건 순식간이었다. 낡은 창고와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만들어낸 대비는 그 자체로 회화적인 장면이었다. 이후 입소문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타고 전국으로 퍼졌고, 지금은 가을철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의동마을 - 거창문화관광
의동마을 – 거창문화관광


이 은행나무길의 매력은 규모가 아니라 밀도에 있다. 길이 짧지만, 양옆으로 도열한 수십 그루의 은행나무가 완벽한 ‘황금빛 터널’을 이룬다. 햇빛이 비칠 때면 노란 잎사귀가 반짝이며 길 전체가 금빛으로 물드는 듯하다.


의동마을 은행나무길의 또 다른 특별함은 그 배경에 있다. 의동마을은 ‘깨끗한 마을 만들기’ 사업에서 여러 차례 최우수 마을로 선정된 바 있다. 단풍철 인파가 몰려도 길이 정돈된 이유는 바로 주민들의 꾸준한 관리 덕분이다.


은행잎이 흩날리는 풍경 뒤에는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이 숨어 있다. 쓰레기를 스스로 치우고, 나무를 돌보며, 마을 진입로를 정리하는 등 공동체의 손길이 이어진다. 자연이 아닌 ‘사람이 지켜낸 풍경’이라는 점에서 이 길은 더욱 특별하다.


의동마을 - 거창문화관광
의동마을 – 거창문화관광


다만 방문할 때는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마을 내부에는 별도의 공식 주차장이 없다. 주민 통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마을 입구나 인근 도로 갓길에 주차하고 도보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이곳은 상업 관광지가 아닌 실제 거주지이기 때문에, 조용히 감상하고 떠나는 것이 매너다.


길 전체를 천천히 걸어도 20분 남짓. 길지 않지만, 사진을 찍고 머무르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오후 햇살이 비스듬히 비치는 3시 전후가 가장 아름다운 시간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