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운전대를 돌리자 시야가 천천히 360도 회전한다. 아파트 8층 높이를 부드럽게 내려오며 산의 능선과 단풍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대한민국에서 단 하나뿐인 이 도로는 충청남도 청양군 장평면의 깊은 산속에 자리한 ‘방아다리 나선형도로’다.
국내 유일한 나선형 도로라는 점에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이 독특한 형태의 이면에는 단순한 관광 명소 이상의 의미가 숨어 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한 인간의 지혜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 도로는 칠갑산 순환도로 중 장평면 지천리와 도림리를 잇는 구간에 위치한다. 두 지점의 높이 차가 약 24m로, 평범한 도로 설계로는 연결이 불가능했다. 보통은 산을 절개하거나 교각을 세우는 방식을 택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자연 훼손을 초래한다.
결국 선택된 해법은 ‘돌아가는 길’이었다. 설계진은 높이를 억지로 맞추기보다, 곡선을 이용해 완만하게 연결하는 360도 나선형 구조를 고안했다. 결과적으로 산림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전한 주행이 가능한 혁신적 도로가 완성됐다.

공식 명칭은 ‘방아다리’. 이름처럼 도로가 둥글게 돌아 내려가는 모습이 마치 방아를 찧는 다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그 속엔 정교한 공학이 숨어 있다.
총 길이 287m, 폭 13m의 이 도로는 일반 국도보다 3m가량 넓다. 곡선 반경은 33m로 설계돼 운전자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회전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물이다.
이 도로의 묘미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감각의 경험’에 있다. 핸들을 천천히 돌리며 하강하는 동안, 시야가 자연스럽게 회전하며 칠갑산의 숲과 계곡이 동그랗게 휘도는 듯한 착각을 준다. 불과 몇 초 사이, 드라이브는 예술적인 경험으로 바뀐다.
이러한 공간적 체험은 국내 도로 어디에서도 보기 어렵다. 단지 경치를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을 ‘감아 내려가는’ 듯한 몰입감이 주는 감정적 인상은 매우 강렬하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이곳의 인기는 높아진다. 붉게 물든 단풍이 도로 곡선을 따라 내려앉으면, 마치 자연이 만든 나선형 캔버스 위를 달리는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