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햇살이 기와 위로 내려앉고, 형형색색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린다. 붉은 단풍 너머로 천 년의 시간을 품은 사찰의 모습이 언뜻 보기에도 수백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것 같은 느낌이다.
영주 부석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신라의 정신과 고려의 예술, 그리고 한국의 미가 고요히 머무는 절집으로, 영주 여행의 꽃이라고 불리는 장소다.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화엄종의 종조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는 ‘화엄 사상의 출발점’으로 불린다. 그의 도량심과 백성의 염원이 모여 세워진 부석사는, 지금도 산자락 위에서 변함없는 평온함으로 세월을 견디고 있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많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만큼 아름다운 단풍 여행지로 변모한다.
부석사의 천 년, 건축과 신앙이 만나다

부석사는 신라와 고려, 조선을 거치며 수차례의 중수를 거쳤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화엄 사상과 의상대사의 정신이 있었다. 사찰 이름의 유래는 불전 서쪽에 놓인 거대한 바위, 즉 ‘땅에 닿지 않고 떠 있다’라는 뜻의 뜬돌(浮石) 에서 비롯됐다.
경내에는 통일신라 시대의 석등, 석조여래좌상, 삼층석탑, 당간지주, 그리고 고려 시대의 무량수전, 조사당, 소조여래좌상, 조사당 벽화 등 시대를 대표하는 불교 예술의 정수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무량수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 중 하나로, 단정한 기단 위에 배흘림기둥이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안쪽의 아미타여래좌상은 부드럽고도 힘 있는 조형미로, 한국 불교 조각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그 옆의 조사당 벽화는 목조건물 내부에 남은 벽화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현재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유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이처럼 부석사는 한국 목조건축의 미학과 정신성을 함께 보여주는 영주 가볼 만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단풍 속의 부석사

가을이 찾아오면 부석사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10월 중순부터 붉은빛이 산허리를 물들이기 시작하고, 무량수전 앞마당과 봉황산 자락에는 황금빛과 단풍이 어우러진다.
배흘림기둥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 붉은 단풍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기와 위로 떨어지는 순간이 중요하다. 이 순간만큼은 부석사를 ‘가장 아름다운 가을 사찰’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무량수전 앞 석등을 배경으로 한 단풍 풍경은 사진 명소 포인트!
부석사의 가을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오래된 기둥 사이로 흘러드는 희미한 빛과, 낙엽이 밟히는 소리, 그리고 고요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진짜 가을’을 느끼게 해준다. 올가을, 경북 여행으로 부석사의 선택은 틀릴 확률이 적을 것이다.
부석사
◆주소 : 경북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
◆운영시간 : 9~18시 [3-5월, 9-10월] 9~19시 [6-8월] 9~17시 [11-2월]
◆입장료 :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