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토리이가 끝없이 이어지는 신비로운 길, 교토의 후시미이나리 신사.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앙증맞은 여우 모양의 나무 소원지에 간절한 염원을 담아 걸어두었을 겁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이 소원들이 신사의 벽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거대한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죠.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 수많은 소원지들은 대체 어디로 가는거지?”
하루에도 수백 장씩 쌓이는 이 소원지들이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물 수는 없을 터. 이 작은 소원들이 모여 신사와 지역 사회를 유지하는 숨겨진 순환의 고리가 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오늘은 여러분이 정성껏 적어둔 소원지가 신성한 의식을 거쳐 어떻게 신사의 신앙과 지역 경제의 일부로 ‘돌아오는지’, 그 흥미로운 여정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에마가 쌓이는 이유와 방식

교토 후시미이나리 신사의 길을 오르면, 붉은 토리이 문 사이사이에 수많은 *에마가 걸려 있습니다. 이 에마는 나무판에 소원을 적어 올리는 것으로, 신에게 기도와 바람을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죠.
보통 여우 모양이나 토리이 문 모양으로 특색 있게 디자인된 것도 있어, 기존의 직사각형 목판과 차별됐다는 점입니다. 신사를 방문한 사람들은 표 매대에서 에마를 구매하고, 펜으로 소원을 적은 뒤 지정된 걸이 또는 랙(rack)에 걸어 두는 식인데요.
이렇게 걸려 있는 에마는 시각적으로 압도적이지만, 영구히 남는 것은 아닙니다.
*에마는 소원지를 뜻함
옛 것을 태우고 새 소원을 맞이하다

모든 에마는 무한정 걸려 있지 않습니다. 후시미이나리를 비롯한 많은 신사에서는 매해 또는 정기 의식 시에 소각하는 의식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폐기하는 게 아니라, 소원이 신에게 전달되고, 남은 것은 정화되는 상징적 과정이라고 볼 수 있죠. 이 소각 의식은 사람들이 쓴 소원을 하늘로 올리는 행위로 여겨지며, 새로운 에마가 걸릴 공간을 마련하는 의미도 있답니다.
토리이 기부와 신사의 유지

후시미이나리에서는 토리이 문 하나하나는 개인, 가족, 기업이 기부해 세운 것입니다. 토리이 문 뒷면에는 기부자 이름과 날짜가 새겨져 있고, 이 문들이 모여 신사의 경관과 유지 비용을 지원하죠.
이 기부 문화는 신사의 기반 인프라를 유지하는 경제 축이기도 합니다. 즉, 관광객이 에마를 구입하여 기부하는 소액의 비용과 기업 등이 토리이를 기부하는 고액의 자금 모두 신사의 유지 및 운영 비용으로 환원되며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다층적인 순환 체계가 작동하는 것입니다.
이 순환 체계는 단지 신사 내부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사에서 판매하는 에마와 기부되는 토리이 문은 상당수 지역 내 전문 목공소와 장인들에게 제작을 의뢰합니다.
이는 관광객이 지불한 돈이 지역 경제의 뿌리인 전통 산업과 장인의 수입으로 직결되게 하죠. 관광객의 작은 소망이 지역 사회의 명맥을 잇는 든든한 힘이 되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