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에 “영토양보 불가”…유럽 우방국에 지원요청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로이터=뉴스1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종전을 위해 영토를 양보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유럽 주요 우방국 정상들과 연달아 통화하며 우크라이나의 이익이 배제된 종전협상은 불가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점령자에게 땅을 선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5일 미·러 정상회담을 예고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는 되찾고 일부는 교환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관해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에 관한 해답은 이미 우크라이나 헌법에 명시돼 있다”며 “누구도 이 원칙을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국민은 평화를 원하지만, 그 평화는 '존엄한' 평화여야 한다”며 “우리의 파트너 국가들도 이것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러 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배제되거나 협상 내용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결정될 경우를 우려했다. 그는 “우리에게 불리한 결정,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모든 결정은 평화에 반하는 결정”이라며 “그것들은 아무 효과도 가져오지 못하는 죽은 결정”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은 반드시 끝내야 하지만 그것은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가 전쟁을 종식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했고 모든 데드라인을 무시하며 전쟁을 끌고 있다. 그것이 바로 문제이지, 다른 것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러 회담 소식이 발표된 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프랑스·덴마크·에스토니아 등 유럽 주요 우방국 정상들과 연달아 전화통화를 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X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통화 사실을 알리면서 “공정하고 지속할 수 있는 평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를 언급하며 “프랑스 및 모든 파트너는 진정한 평화를 위해 가능한 한 생산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가 다시 한번 누구도 속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으로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을 위한 진정한 전쟁 종식과 신뢰할 수 있는 안보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의 통화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여전히 살인을 중단하지 않고 전쟁에 투자하며 우크라이나 영토를 우크라이나 영토와 교환한다는 요구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러시아가 전쟁 재개를 위해 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리스텐 미할 에스토니아 총리와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유럽연합(EU) 가입 문제도 논의했다고도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5일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이 3년 반 동안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합의에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푸틴과 회담한 뒤 젤렌스키 대통령이 동참하는 3자 정상회담을 추진했으나 러시아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관해 미 NBC 뉴스는 백악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알래스카로 초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9일 보도했다. 다만 “확정된 것은 아니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알래스카를 방문해 회담을 가질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