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다가오는 가을, 하늘이 높아지는 계절이다. 강원도 깊숙이 자리한 파로호 자전거 100리길은 그 자체로 한 편의 풍경화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호수와 단풍 물든 강변이 어우러져,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여정이 시작된다.

이 길은 홍천군 하남면과 화천군 사내면을 연결하며 총 길이 약 42.2km에 이른다. 북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순환형 코스여서 출발점이 곧 도착점이 된다. 경사가 완만해 초보자부터 가족 단위 라이더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코스 중반부에는 6·25전쟁 당시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꺼먹다리가 자리한다. 단순한 교량을 넘어, 이곳은 전쟁의 상흔과 평화의 소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울산에서 온 산이 금강산으로 향하다 멈췄다는 전설을 품은 딴산도 라이더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길 위에서 마주치는 붕어섬, 연꽃단지, 미륵바위 등은 계절에 따라 표정이 바뀐다. 여름에는 녹음이 짙고, 가을에는 붉은 단풍과 황금빛 갈대가 어우러져 색채가 절정을 이룬다.

코스를 완주하는 데는 평균 3시간 정도가 걸린다. 중간에 화천댐과 화천수력발전소, 칠석교 등을 지나며 지역 산업과 생활의 숨결도 느낄 수 있다. 라이딩과 함께 간단한 트레킹이나 사진 촬영을 즐기면 하루 일정이 금세 찬다.
이곳은 단순히 풍경만 즐기는 길이 아니다. 지역의 문화유산과 이야기가 녹아 있어, 달리는 내내 새로운 발견이 이어진다. 역사와 자연, 그리고 지역의 숨결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셈이다.
가을의 파로호는 날씨가 선선해 라이딩하기 최적이다. 습도가 낮아 시야가 탁 트이고, 단풍이 절정을 맞아 강변길 전체가 붉은빛과 노란빛으로 물든다. 마치 물 위를 달리는 듯한 호반길은 다른 계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을 준다.

여행의 마지막에는 화천 시내의 산천어 요리나 현지 특산물로 허기를 달래는 것도 좋은 마무리다. 자전거 여행이 주는 성취감과 가을의 정취가 맞물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가을, 속도를 줄이고 바람과 호수를 곁에 둔 채 달릴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파로호 100리길은 그중에서도 가장 온전히 계절을 품은 길로, 건강과 여유를 함께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