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여행사들이 상장과 매각에 촉각을 세우며 새로운 국면을 모색하고 있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매도자가 바라보는 기업가치와 현실의 평가 간 차이가 큰 데다 여행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 수익성 악화, 경기 침체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 등 불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우선 하나투어는 지난해 5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지정하고 실질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각종 소문만 무성할 뿐 확실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국내 상장 여행사 중 가장 몸값이 높은 여행사인 데다 갈수록 둔화되고 있는 패키지여행을 중심으로 수익구조가 형성된 만큼 적극적인 인수자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모습이다. 그간 몇몇 국내외 여행 기업들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도 많았지만 실질적인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어때 역시 지난해 초부터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이렇다 할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중견 여행사들도 여럿 거론되고 있다.
여행업계의 인수합병은 오히려 코로나19 시기에 더 활발했다. 2021년 교원그룹이 KRT여행사를 인수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여기어때가 온라인투어 지분을 약 20% 확보했다. 야놀자그룹은 인터파크투어를 흡수했다. 당시 여행업계는 코로나19로 재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대했던 기업가치보다 금액이 낮더라도 매각에 대한 의지가 컸고, 매수자 입장에서는 여행시장 회복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거래가 성사되는 사례가 두드러졌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소비 심리가 폭발적으로 나타나며 2023년~2024년 사이 대다수 여행기업들은 줄줄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여행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치열한 경쟁에 수익까지 악화되면서 기업이 요구하는 가치와 투자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가치에 격차가 커져 인수합병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여행기업들의 주식시장 상장에도 관심이 쏠려있지만 이 또한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국내 여행업계에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야놀자그룹과 마이리얼트립이 있다. 야놀자그룹은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약 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1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이후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클라우드‧AI 등 기술 투자와 글로벌 B2B 사업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기업공개 이후 야놀자그룹은 막상 10조원의 기업가치 수준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내면서 결국 상장 계획을 미룬 상태다.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서두르기보다 실적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야놀자그룹의 2024년 매출은 9,245억원, 영업이익은 492억원을 기록한 한편 2,66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마이리얼트립의 경우 최근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이제 막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는 단계로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나 목표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마이리얼트립 역시 지난해 처음으로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한 만큼 마이리얼트립이 기대하는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려면 보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선행되어야 하며, 실제 상장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여행업계에서 마지막으로 신규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2019년 노랑풍선으로, 이후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 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에 따라 주식 시장에 상장한 여행기업은 없는 상태다. 따라서 야놀자그룹이나 마이리얼트립이 상장에 성공한다면 정체된 국내 여행업계 전반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또 이들 기업은 패키지여행을 중심으로 몸집을 키운 전통 여행사들과 달리 IT 기술 기반의 B2C 플랫폼 중심으로 성장한 만큼 국내 여행기업 전반의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