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팔공산 북쪽 끝자락, 여름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계곡이 있다.

경북 영천시 신녕면 치산계곡 이야기다. 이곳은 청정 자연환경과 함께 피서지, 캠핑지, 산책로, 사찰 등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단순히 물이 맑고 시원하다는 표현으론 부족하다. 치산계곡이 위치한 팔공산 북쪽 주봉 일대는 광활한 원시림대가 형성돼 있어 자연 그대로의 생태적 풍경을 자랑한다. 특히 계곡 중심부에 위치한 치산폭포는 팔공산 내 낙차가 가장 크고, 3단 구조로 이루어진 수직형 폭포로 유명하다.
치산계곡 주변은 단순한 자연 관광지를 넘는다. 치산 저수지에서 약 1km 올라가면 수도사가 등장한다. 신라 선덕여왕 14년(서기 645년), 원효대사와 자장율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고찰이다. 이 계곡의 상류에는 고려 문종 시대에 흥암 혼수대사가 창건한 진불암도 자리잡고 있다.

이 두 사찰은 단순히 유적지가 아니라, 계곡의 생태와 인문학적 의미를 동시에 담아낸다. 종교적 공간이자 자연 보호의 경계선이 된다는 점에서 더 주목할 만하다. 폭포에서 수도사를 지나 동봉, 동화사, 갓바위까지 이어지는 등산로 역시 이 지역이 단지 계곡이 아닌 ‘사계절 힐링 복합지대’임을 말해준다.
치산계곡 입구에는 2010년 국민 여가 캠핑장 조성사업으로 만들어진 ‘치산관광지 캠핑장’이 있다. 영천시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해 청결과 안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공공형 캠핑장이다. 유료 및 무료 공간이 모두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차박족들에게 인기다.
카라반 23대가 준비돼 있으며, 그중 14대는 계곡 바로 옆에 배치돼 있어 계곡과 바로 연결된 생활이 가능하다. 내부는 거실, 침실, 주방, 욕실 등이 구분된 원룸형 구조이며, 냉장고·에어컨·취사도구 등 기본적인 편의 시설도 완비돼 있다. 바비큐 공간도 각 카라반 외부에 마련돼 있어 개별 활동도 가능하다.

캠핑장 내에는 피크닉 테이블, 파라솔 외에도 족구장, 야외무대, 음수대 등 단체 활동을 고려한 시설도 함께 마련돼 있다. 이는 가족 단위뿐 아니라 회사 워크숍, 동호회 등 다목적 사용자를 염두에 둔 설계로 보인다. 또한, 충분한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어 교통 접근성 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영천시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평상도 마련돼 있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선착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서둘러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치산계곡은 여름철에만 의미를 가지는 공간이 아니다. 해발 고도가 높고, 숲이 울창해 사계절 내내 산책과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물놀이 외에도 숲 해설 프로그램이나 사찰 탐방 같은 연계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은 이 지역의 관광 잠재력을 확장시킨다.

치산계곡 인근에는 보현산댐 출렁다리, 짚와이어, 은해사 등 여타 관광 인프라가 잘 연결돼 있다. 이를 통해 단순히 ‘하루짜리 피서지’가 아니라, 2박 3일 코스로도 손색없는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