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광안리 갈 바엔”… 현지인이 추천한 조용한 해수욕장 명소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부산 해변이라고 하면 으레 해운대나 광안리를 떠올리기 쉽다.


중리해수욕장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황성훈
중리해수욕장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황성훈


하지만 이 유명세가 곧 번잡함을 의미하는 요즘, 보다 한적하고 조용한 바다를 찾는 이들에게 ‘중리해수욕장’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와 지역 자치단체에 따르면, 최근 중리해변을 찾는 개별 여행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해수욕장 자체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SNS와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재조명되고 있다.


울창한 송림과 비단결 모래의 조화


중리해수욕장은 전남 완도군의 ‘통리해수욕장’ 바로 옆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해변을 감싸 안고 있는 300여 그루의 수백 년 된 소나무 숲이다. 이 송림은 단순한 풍경 요소를 넘어, 여름철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천연 그늘이자 가족 단위 피서객들에게는 야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또한 백사장은 입자가 곱고 촉감이 부드러워 ‘비단결 모래’로 불린다. 다른 유명 해변과 달리 경사가 완만해 아이들도 비교적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중리해수욕장 - 완도군
중리해수욕장 – 완도군


편의시설은 소박하지만 필요한 건 갖췄다


중리해변은 상업화된 해운대와 달리 조용함이 강점이지만, 불편하지는 않다. 샤워장, 급수대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은 잘 갖춰져 있다. 해수욕장 뒤편 소나무 숲 아래에는 간이 화장실과 간단한 야영공간도 마련돼 있다.


근처 마을에는 민박집과 소규모 식당도 있어, 1박 이상의 가족 여행이나 연인과의 조용한 여행 코스로도 적합하다. 특히 현지식 백반이나 해물칼국수를 파는 식당들이 숨은 맛집으로 꼽히기도 한다.


중리해수욕장 - 완도군
중리해수욕장 – 완도군


덜 알려졌기에 가능한 ‘진짜 여름’


중리해변의 진짜 매력은 바로 ‘조용한 바다’다. 음악이 크게 울려 퍼지거나, 인파로 몸을 부딪칠 일이 거의 없다. 책을 읽거나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는 피서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적절한 장소를 찾기 어렵다.


특히, 이곳을 자주 찾는 현지 주민들은 “해운대는 관광객에게 내어주고, 우리는 중리에서 여름을 즐긴다”는 말로 그 만족도를 전한다. 외지인보다 지역 주민 비율이 높은 것도 이곳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이유다.


중리해수욕장 - 완도군
중리해수욕장 – 완도군


SNS보단 입소문…’숨은 명소’로의 가치


2024년 말부터 지역 블로그와 캠핑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중리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이 서서히 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지도 앱이나 관광정보사이트에서는 큰 노출이 없어 ‘숨은 명소’로서의 매력은 여전하다.


관광공사 역시 “대표 해수욕장 외에 지역 기반의 소규모 해변이 최근 선호되고 있다”며, 소규모 여행의 트렌드 속에서 중리해변과 같은 장소가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리해수욕장은 아직까지 파라솔이 빼곡하지 않고, 모래밭에 누워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인공 구조물이나 리조트 단지가 없는 대신, 자연에 가까운 여름을 경험할 수 있다.


모두가 아는 장소에선 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기 쉽다. 아직 낯선 이 조용한 해변이 ‘다음 여행의 진짜 목적지’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