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인천이나 김포가 아닌 ‘제3의 선택지’를 택하는 여행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3일 한국공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충북 청주국제공항의 국제선 이용객이 올해 7월 말 기준 94만 명을 넘었고, 이달 9일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인천, 김해, 김포, 제주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지방 거점공항 가운데 이례적인 성장이다.
청주공항은 이번 여름, 단순한 ‘대체 공항’의 역할을 넘어섰다. 항공사들이 노선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도쿄·오사카·정저우·울란바토르·발리 등으로 향하는 하늘길이 열렸다. 국적사와 외항사 포함 총 10개 항공사가 정기편을 운항 중이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일본과 동남아 중심으로 폭발하면서, 수도권 접근성보다는 대기시간이나 혼잡도를 고려해 청주를 택하는 이들이 늘었다. 특히 충청권과 대전·세종, 경기 남부 거주자들이 핵심 수요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공항의 혼잡 회피… 청주공항의 ‘틈새 전략’
인천공항은 상반기에만 3600만 명 이상이 이용했고, 김포~제주 노선은 세계 항공노선 중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혼잡도가 극심하다. 이에 반해 청주공항은 상대적으로 한산하면서도 주요 해외 노선을 품고 있다는 점이 선택의 이유가 됐다.
또한 여행객들은 주차 편의성과 공항 접근 시간, 수속 대기시간 등 현실적인 요소를 중요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수도권 공항과 달리 복잡한 환승 없이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점은 청주공항만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하반기 ‘황금연휴 효과’… 다시 한 번 도약
청주공항의 상승세는 9월부터 다시 가속화될 전망이다. 일본 하네다, 기타큐슈, 오키나와 노선이 순차적으로 정기편으로 전환되거나 신규 편성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9월 25일부터는 인도네시아 발리 노선까지 신규 운항을 시작한다.
이 같은 변화는 10월 초 황금연휴와 맞물려 또 한 번의 이용객 급증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58만 명이 다녀간 청주공항은 올해 500만 명 돌파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공항 수요는 늘지만, 활주로는 제한적
그러나 긍정적인 흐름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청주공항은 공군과 활주로를 함께 사용하는 민군 공용 공항이다. 이로 인해 시간당 운항 가능한 슬롯이 7~8회로 제한되며, 노선 확대에 제약이 따른다.
이 같은 제약은 이용객 수요에 비해 운항 탄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노선 확대가 어렵고, 기존 편의 정시성도 군 작전 상황에 따라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전용 활주로” 필요성… 지방공항 성장의 분기점
충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민간 전용 활주로 신설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공항 인근 에어로폴리스 3지구가 후보지로 논의되고 있으며, 실제로 민간 활주로가 마련될 경우 미주나 유럽 노선 확장도 검토 가능하다.
충북도 관계자는 “제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민간 활주로 계획 반영과 함께 청주공항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라며, 지역 균형발전과 국제선 확장을 위한 정부의 실질적 지원을 촉구했다.
청주공항의 급부상은 단순히 지역 공항의 성장 그 이상이다. 혼잡 회피를 원하는 이용자의 흐름, 중부권 거점공항으로서의 입지, 그리고 새로운 수요 창출까지. 이 공항이 앞으로 ‘보조적 공항’을 넘어서 ‘선택지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