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입추가 지난 제주에서는 여전히 한낮 햇살이 강하지만, 곳곳에서 가을의 색채가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제주시 번영로 인근 해바라기 농장은 계절의 경계에서 특별한 풍경을 펼쳐 보인다.

지난 6월 중순 문을 연 ‘김경숙 해바라기 농장’은 약 1만 평 부지에 75만 송이의 해바라기가 줄지어 서 있다. 7월과 8월 절정을 지나도 늦가을까지 개화가 이어져, 여름과 가을의 공존을 느낄 수 있는 보기 드문 공간이다.
이곳의 매력 중 하나는 접근성이다. 제주시 중심에서 차로 10분 남짓이면 도착하며, 함덕·삼양·신흥해수욕장과도 가까워 하루 일정에 바다와 해바라기를 모두 담을 수 있다. 여름 해변의 시원함과 가을빛 해바라기의 온기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여행객을 끌어들인다.

농장의 입장료는 5,000원으로, 이 중 3,000원은 현장에서 해바라기 오일·씨앗 간식·아이스크림 구매에 사용할 수 있다. 단순 관람에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품을 직접 맛보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농장은 부부가 직접 운영하며, 해마다 개화 시기에 맞춰 경관을 새롭게 가꾼다. 그 덕에 SNS에는 해바라기를 배경으로 한 웨딩·커플 사진이 쏟아지고, ‘제주 필수 촬영 스팟’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삼각대·드론 촬영은 사전 문의가 필요하다.

이곳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풍경 이상의 감성을 준다는 점이다. 줄지어 선 해바라기는 마치 황금빛 파도처럼 바람에 일렁이며, 방문객은 꽃길을 걷는 동안 도시의 소음을 잊는다.
가을이 시작되는 지금, 농장에는 여전히 한낮의 강렬한 빛과 초가을의 선선함이 공존한다. 입추 이후에도 해바라기가 유지되는 건 토양 관리와 개화 시기 조절 덕분으로, 제주 특유의 기후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늦가을까지 이어지는 해바라기 장관은 여행객에게 계절을 넘나드는 색채 경험을 선사한다. 여름휴가를 놓쳤거나, 가을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제격인 선택지다.
김경숙 해바라기 농장은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푸른 하늘 아래 황금빛이 넘실대는 풍경 속을 걷다 보면, 계절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오직 자연이 주는 색과 향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