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카드 한 장이면 모든 결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언어는 물론이고 결제 시스템 자체가 국내와 다른 점이 많아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카드 비밀번호부터 시작해, 수수료, 환율, 사기 피해 방지까지 챙겨야 할 항목이 많은데, 자칫하면 예산 초과는 물론 카드 정지라는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막연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아래의 실질적인 조언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PIN 번호, 반드시 기억해두자
한국에서는 비밀번호 입력 없이도 카드 사용이 가능하지만, 해외에서는 다르다. 특히 유럽이나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IC칩이 내장된 카드라도 PIN 번호 입력이 필수다. 단 몇 초의 실수로 카드가 정지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출국 전 등록된 PIN 번호를 다시 확인하고, 복잡하거나 헷갈리는 숫자는 변경해두는 것이 좋다.
또한, 간혹 비밀번호 6자리를 요구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기존 4자리 비밀번호 앞이나 뒤에 00을 붙여 입력하면 된다. 이 같은 예외 규칙은 카드사별로 다를 수 있어 반드시 사전 문의가 필요하다.

DCC 결제 유혹, 무조건 거절이 이득
해외에서 카드 결제 시 원화로 표시된 금액을 보면 안심이 될 수 있지만, 이는 ‘DCC(Dynamic Currency Conversion)’라는 서비스가 적용된 것으로, 생각보다 높은 수수료가 붙는다. 단순한 편의를 위해 적잖은 수수료를 감수하는 셈이다.
만약 영수증에 원화(KRW) 금액이 함께 인쇄되어 있다면 DCC 결제가 적용된 것이다. 이 경우 즉시 결제를 취소하고, 현지 통화로 다시 결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다. 결제 단말기에서 선택지를 묻는 경우에도 ‘USD’, ‘EUR’, ‘JPY’ 등 해당 국가 통화를 직접 선택하자.

사설 ATM, ‘편리함’의 대가는 클 수 있다
편의점이나 관광지 근처에 설치된 ATM, 무심코 사용할 수 있지만 이 중 상당수는 은행이 아닌 사설 운영 기기다. 문제는 카드 정보 복제 장치가 종종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카드 정보가 탈취되면 피해는 귀국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어 치명적이다.
가능하면 은행 소속 ATM을 이용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입력 시 손으로 키패드를 가리는 등 최소한의 보안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 최근에는 해외 출금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카드도 출시되고 있으니, 이런 혜택이 포함된 상품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소 잃기 전에 외부 결제 차단해두자
해외에서 카드 위변조로 인한 부정 사용은 여전히 빈번하다. 직접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정보가 탈취되어 귀국 후 사용 내역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카드사 앱에서 ‘해외 이용 제한’ 설정을 해두는 것이 좋다.
또한, ‘출입국 정보 활용 동의 서비스’를 신청하면, 출입국 사실을 카드사와 공유해 사용자가 국내에 있을 때 해외에서 카드가 승인되는 일을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다. 추가로 알림 서비스를 활성화하면, 의심스러운 사용 내역을 즉시 확인할 수 있어 더 안전하다.

카드 수수료, 무시하면 여행 예산 무너진다
해외에서 카드 한 장으로 모든 결제를 처리하면 간편하지만, 그에 따르는 수수료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국제 브랜드 수수료(비자, 마스터, 유니온페이 등)와 해외 서비스 수수료가 동시에 부과된다.
일부 카드사는 해외 결제 프로모션을 통해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지만, 이런 조건은 시기마다 달라지므로 반드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여행 전에 사용 예정인 카드의 수수료 구조를 꼼꼼히 비교하고, 혜택이 좋은 카드를 선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상치 못한 분실 사고, 평소 대비가 최선
카드 분실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당황한 상태에서 연락처를 찾거나 앱 설치를 시도하면 초기 대응에 실패하기 쉽다. 출국 전 카드사 앱을 설치해 두고, 고객센터 번호를 스마트폰에 저장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분실 후 누군가 카드로 결제했다면, 반드시 현지 경찰서를 찾아 ‘사실확인서(Police Report)’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 문서는 카드사에 손해보상 신청을 할 때 필요한 것은 물론, 여행자 보험 보상 절차에도 필수다. 또한, 카드사에 따라 해외 긴급 대체카드 발급이 가능하니, 해당 가능 여부도 미리 확인해두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