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가 더 많이 찾아”… 여권 없이 떠나는 알프스, 8월 등산 명소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외국만큼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국내 명산이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알프스’로 불리는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 또한 관심 집중이다.


민둥산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박윤준
민둥산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박윤준


여권 없이도 느낄 수 있는 유럽풍 경관과 드문 지질학적 특징까지 갖춘 이 산은 그 이름과 달리 꽤 흥미로운 요소로 가득하다.


민둥산의 해발은 1,118.8m로, 그리 험준하진 않지만 특유의 풍광 덕분에 매년 가을 수많은 산행객이 찾는다. 산 7부 능선까지는 전형적인 산림이 이어지나,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이름처럼 나무가 사라지고 광활한 억새밭이 펼쳐진다.


이곳의 억새는 키가 사람의 가슴 이상까지 자라며 매우 빽빽하게 밀집돼 있어, 정비된 등산로를 벗어나면 발을 내딛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밀도 높은 억새 군락은 사진가와 하이커들에게는 특별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민둥산, 철도 접근 가능한 특별한 산


민둥산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경기
민둥산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경기


민둥산은 또 하나의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철도를 통해 산 입구까지 이동할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산이라는 것이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정선 증산역까지 무궁화호를 이용하면 약 3시간 반 만에 도착하고, 역에서 도보 10분이면 등산로에 도달할 수 있어 접근성이 매우 우수하다.


자연 경관과 교통 접근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겹치며, 민둥산은 단순한 산을 넘어선 여행지로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럽을 닮은 경사와 초지형 산세


민둥산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경기
민둥산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경기


민둥산이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데는 단순한 억새 풍경 이상의 이유가 있다. 산세가 완만하게 펼쳐지고, 나무 대신 초지 형태의 정상부가 사방으로 트여 있어 유럽의 고산 목초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가을 억새철에는 구름 아래에서 펼쳐지는 듯한 장면이 연출돼 하늘과 억새가 맞닿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일반적인 등산객들은 놓치기 쉬운 점이지만, 민둥산은 지질학적으로도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곳의 기반암은 석회암으로, 빗물에 의해 녹으며 움푹 파인 지형을 형성한다. 학술적으로는 ‘돌리네(doline)’라고 불리는 이 지형은 카르스트 지형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지표면이 함몰된 이 지형은 외견상 작은 초지 또는 분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민둥산 전체를 지질적으로 독특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민둥산 억새는 언제 절정인가?


민둥산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민둥산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억새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대체로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다. 이 시기에는 민둥산을 중심으로 지역 축제가 열리기도 하며, 억새 꽃길 걷기 행사와 지역 특산물 판매, 각종 공연 등이 함께 진행된다. 다만 정확한 일정은 매년 달라지므로 사전에 정선군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민둥산의 등산 코스는 대부분 3시간 내외로 완료 가능하며, 중급 정도의 체력만으로도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다. 단, 가을철 기온 변화가 심하므로 방풍재킷 등 체온 유지에 유의해야 하며, 해돋이나 해넘이를 목적으로 방문할 경우 랜턴이나 헤드램프도 필수다.


민둥산이 전국 억새 명소 중에서도 특별하게 평가받는 이유는 단순한 절경 때문만은 아니다. 철도 접근성, 유럽풍 산세, 지질학적 희귀성까지 더해지며, 단순한 산행지를 넘어선 ‘복합적 체험지’로서의 가치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