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봉우리 절경에 감탄만”… 가을 명소, 4050세대가 반한 100대 명산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전남 해남의 끝자락, 두륜산을 찾는 4050세대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두륜산 - 해남군 문화관광
두륜산 – 해남군 문화관광


단순한 등산을 넘어 삶의 쉼표를 찾기 위한 여정으로, 이곳은 최근 자연·역사·치유를 아우르는 ‘중년 산행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두륜산은 해남 북평면을 중심으로 삼산면, 옥천면 등 다섯 개 면에 걸쳐 있다. 해발 700.1미터의 높이는 결코 위압적이지 않지만, 봉우리가 여덟 개나 이어지는 능선은 생각보다 압도적이다.


가련봉, 고계봉, 노승봉, 도솔봉 등 각 봉우리마다 독특한 지형이 펼쳐져 산길 곳곳이 예상치 못한 전환의 연속이다.


두륜산 - 해남군 문화관광
두륜산 – 해남군 문화관광


수직보다 수평의 산행, 4050세대의 선택


급경사의 암벽을 오르는 등산 대신, 비교적 완만한 경사와 넓은 능선을 걷는 방식은 무릎 부담이 적다. 특히 4050세대에게 ‘수직보다 수평’의 산행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체력 소모는 덜하면서도 정상에 오르면 남해 다도해의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산 아래부터 이어지는 완만한 숲길은 울창한 상록활엽수와 가을 억새밭으로 이어진다. 계절마다 얼굴을 바꾸는 두륜산의 숲은,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머무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두륜산 - 해남군 문화관광
두륜산 – 해남군 문화관광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문화유산형 산행’


두륜산이 특별한 이유는 자연경관에만 있지 않다. 천년 고찰 대흥사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산행 그 이상’을 경험할 수 있다.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된 이 사찰은 조선 중기 고승 서산대사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사찰 내부에는 보물로 지정된 탑산사 동종을 비롯해 표충사, 천연기념물까지 다수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다. 단순히 풍경을 보는 산행을 넘어 유구한 불교문화와 한국 전통 건축을 마주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대흥사 - 해남군 문화관광
대흥사 – 해남군 문화관광


가벼운 접근, 깊은 여운: 케이블카 산행의 진화


초보 등산객이나 체력이 부족한 중년층에게는 두륜산 케이블카가 또 하나의 대안이다. 1.6km 길이의 케이블카는 초속 3.8m로 8분간 운행되며, 대흥사 일대와 두륜봉 인근 전망대를 연결한다.


이 케이블카 노선은 고산 윤선도의 녹우당, 우항리 공룡화석지, 명량대첩지, 땅끝 마을까지 이어지는 지역 관광 루트와도 맞물려 있어 당일치기 일정으로도 만족도가 높다.


대흥사 - 해남군 문화관광
대흥사 – 해남군 문화관광


여덟 봉우리, 여덟 개의 전망대


두륜산의 8개 봉우리는 그 자체가 하나의 길이자 전망대다. 해질 무렵 고계봉에서 바라보는 서해 낙조, 안개 낀 아침 향로봉 능선에서 피어나는 운무, 연화봉에 오르면 산 너머 바다가 흐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특히 바람이 좋은 날엔 해남 다도해뿐 아니라 멀리 진도, 완도까지 시야가 트이며, ‘한반도 최남단에서 가장 멀리 보는 산’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4050세대가 두륜산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단순한 풍경 이상의 의미가 있다. 누군가는 청춘의 한 페이지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변화의 계기로 삼는다. 단풍이 떨어지듯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며, 다시 삶의 중심으로 걸어 나갈 힘을 얻는 공간이다.


자연과 인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두륜산은 여전히 조용하지만,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특히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도전의 산행’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위로받는 ‘여정의 산행’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