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버섯+조개를 동시에? 장흥 삼합, 미친 조합 인정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전남 장흥은 한눈에 정리되기 어려운 식도락의 도시다.


장흥삼합 - 장흥군
장흥삼합 – 장흥군


산이 품은 한우와 버섯, 바다가 내준 매생이와 조개류, 여기에 약초 성분의 황칠나무까지. 육지와 바다, 그리고 약초가 하나의 밥상 위에서 어우러지는 이 도시의 음식은 다층적이고 입체적이다.


삼합의 도시, 진짜 한우를 맛보다


장흥의 대표 음식은 단연 ‘장흥삼합’이다. 1등급 한우와 표고버섯, 키조개를 함께 구워 먹는 이 조합은 단순한 고기 파티가 아니다. 고기의 풍미, 버섯의 감칠맛, 해산물의 쫄깃함이 각각 존재감을 가지면서도 조화를 이룬다.


한우는 기름기가 많지 않으면서도 육질이 부드러워 구이로 손색없고, 장흥 표고는 육질이 두껍고 향이 강해 고기와 어우러질 때 진가를 발휘한다. 키조개는 해감이 잘된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다.


장흥삼합 - 장흥군
장흥삼합 – 장흥군


바다에서 온 채소, 매생이의 계절


겨울이 되면 장흥의 바다는 초록빛으로 물든다. 바로 매생이 철이기 때문이다. 청정 갯벌에서만 자라는 이 해조류는 철분과 무기질이 풍부해 건강식으로 꼽힌다.


장흥 매생이국은 조개육수나 바지락, 굴 등을 함께 넣어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아 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간혹 미역과 혼동되기도 하지만,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질감은 매생이만의 고유한 매력이다.


매생이탕 - 장흥군
매생이탕 – 장흥군


땅이 낳은 약용 식재료, 황칠백숙


장흥은 황칠나무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불로초’라 불리며 약용으로 쓰여온 황칠은 현대에 와선 백숙 요리와 만나 새로운 식도락을 만들고 있다.


황칠백숙은 닭백숙에 황칠 추출물을 넣어 조리하는 방식으로, 국물은 개운하고 육질은 부드럽다. 특유의 향이 자극적이지 않고, 옻닭을 꺼리는 이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여기에 신선한 버섯이나 채소를 곁들이면 건강한 한상이 완성된다.


황칠백숙 - 장흥군
황칠백숙 – 장흥군


구수한 된장물회, 장흥식 생선요리의 반전


장흥에서는 생선을 날것 그대로 먹는 대신 된장을 곁들여 비벼내는 ‘된장물회’가 있다. 과거 고기잡이 나간 어부들이 김치가 시어버리면 된장과 생선을 섞어 먹은 데서 유래한 음식이다.


요즘은 농어 새끼 등을 사용해 얇게 썬 생선을 된장 양념에 무치고 채소를 더해 먹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초장보다 자극이 덜해, 고소함과 담백함이 입안에 오래 남는다.


된장물회 - 장흥군
된장물회 – 장흥군


바지락, 갑오징어, 찬란한 갯벌의 맛


장흥의 갯벌은 바지락 품질로도 유명하다. 이곳 바지락은 살이 꽉 차고 단맛이 강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가격을 받는다. 무침이나 칼국수로도 인기가 높다.


또한 지역민들이 즐겨 먹는 해산물로 ‘갑오징어’가 있다. 외형은 투박하지만 손질된 갑오징어는 식감이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워, 탕보다는 회나 무침으로 자주 먹는다. 갑오징어 먹물은 고소하고, 약재로도 쓰일 정도로 영양이 풍부하다.


바지락회무침 - 장흥군
바지락회무침 – 장흥군


장흥의 음식은 ‘풍경’이 곧 ‘식탁’이 되는 예다. 산에서 내려온 고기와 버섯, 바다가 밀어 올린 해조류와 조개, 뿌리 깊은 나무에서 추출한 약초까지. 음식이 건강을 말하고, 식재료가 도시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조용하지만 강한 풍미,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조화. 장흥은 한입의 무게로 기억되는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