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전라북도 남원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요천 위에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다리가 있다.

‘승월교(昇月橋)’는 차가 아닌 사람만 건널 수 있는 특별한 보행 전용 교량으로, 매년 여름밤이 되면 남원에서 가장 빛나는 장소가 된다.
1997년 10월 완공된 승월교는 천거동과 어현동을 잇는 길이 80미터, 높이 18미터의 구조물이다. ‘달에 오르는 길’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단순한 통로가 아닌 공간 자체가 하나의 목적지로 기능한다.
달빛 전설과 함께한 남원의 감성 산책로

이름의 유래도 이채롭다. 고전 속 광한루원 전설에 따르면, 팔월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선녀들이 광한루원에 내려와 춤추다 새벽에 달기둥을 타고 하늘로 올랐다고 한다. 이 신비로운 이야기 속 ‘승월대’를 기념하며 만들어진 다리가 바로 승월교다.
야경은 상상을 넘어선다. 교량에는 총 640미터에 달하는 조명이 설치돼 밤이 되면 마치 물 위에 빛의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청사초롱 모양 점핑분수와 하트 조명, 벽면과 바닥에서 비추는 다양한 색의 빛이 조화를 이룬다. 물줄기 위로 무지갯빛이 어른거리며 음악과 함께 흐를 땐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을 잠시 잊게 만든다.
광한루원부터 자전거길까지, 입체적인 여름 여행지

승월교는 그 자체로도 인상 깊지만, 인근 관광지와의 연계로 여행 만족도를 더욱 높인다. 바로 옆에는 조선시대 정원 문화의 정수를 담은 광한루원이 있어 낮 동안 역사와 자연을 느낄 수 있고, 저녁에는 승월교의 야경이 밤을 채운다.
교량 아래에 위치한 자전거 대여소도 숨은 매력 중 하나다. 1인용부터 가족용까지 선택할 수 있으며, 요천을 따라 이어진 강변길은 바람과 풍경, 적당한 운동이 어우러진 힐링 코스로 손색없다. 관광이라는 단어가 갖는 피로함보다는, 도시를 벗어난 느긋함이 이곳에 머문다.
야간관광에 최적화된 무료 개방형 명소

입장료가 없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남원시의 관광 인프라 전략은 개방성과 접근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승월교는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며, 광한루원 주차장을 기준으로 도보 8분 거리다. 자가용 기준 하루 주차비는 2,000원으로,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가족 단위 방문객의 부담도 적다.
야경 명소로서의 승월교는 특정 시즌에만 빛을 발하는 장소가 아니다. 4월부터 10월까지 가동되는 분수와 조명은 여름뿐 아니라 늦봄과 초가을까지 남원의 밤을 화려하게 채운다. 특히 무더위가 극심한 7~8월에는 해가 지고 난 후 방문하는 야간 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남원 여행의 새로운 시작점, 달빛 아래 걷는 감성
승월교의 진가는 단순히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는 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발밑으로 흐르는 요천의 물결, 머리 위 별빛, 그리고 사방을 감싸는 빛과 음악은 단순한 관광의 차원을 넘어선다. 마치 고전 속 선녀가 되어 달을 향해 걸어가는 듯한 체험이 된다.
단조로운 도시의 야경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품은 남원의 밤. 그 중심에 승월교가 있다. 이곳은 단순한 다리가 아닌, 도시와 전설, 사람과 빛을 이어주는 감성의 통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