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호텔은 옛말! 몸 고생 돈 주고 하는 ‘불편한 여행’, MZ세대들이 불편함을 즐기는 이유?

깊은 산 속 오지 마을 풍경. [ⓒ한옥솔솔체험 김성일님]
깊은 산 속 오지 마을 풍경. [ⓒ한옥솔솔체험 김성일님]

디지털에 중독된 하루,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 요즘 여행 업계에선 이런 “편리함”에서 탈출하자는 역설적 여행법이 급부상 중입니다. 불편한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바로 그것입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교통‧숙박 등 모든 것이 불편한 오지로 떠나거나, 일부러 불편을 감수하는 체험형 여행이 MZ세대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요즘여행’ 두 번째 테마로 불편한 여행을 제안하며, 디지털 디톡스와 오지 체험 등 색다른 여행법을 잇달아 추천하고 있습니다.

 

불편한 여행, 왜 뜨고 있을까?

미지의 숲속 산책로. [ⓒ한국관광공사]
미지의 숲속 산책로. [ⓒ한국관광공사]

불편한 여행은 ‘휴대폰 없는 하루’, ‘낯선 시골마을에서의 적응’, ‘최소한의 소지품만 소지하기’, ‘인터넷 없이 길 찾기’ 등처럼 일상의 편리함과 익숙함을 과감히 내려놓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새로운 여행법을 의미합니다. 디지털 기기에 지친 현대인들이 불편과 낯섦을 통해 다시 자신을 성찰하고, 작은 일상의 소중함과 내면의 성장을 경험하고자 하는 것이죠.

실제로 최근 여러 연구에서도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했을 때 스트레스 감소와 창의력 향상, 자기 돌봄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바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자연과 거리두기, 파편화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는 ‘자기 돌봄’의 수단으로 불편한 여행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호소하는 MZ세대 사이에선 불편한 여행을 통해 자신만의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정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불편한 여행 코스 BEST 5

조용한 한옥 독서 공간. [ⓒ한옥솔솔체험 김성일님]
조용한 한옥 독서 공간. [ⓒ한옥솔솔체험 김성일님]

한국관광공사가 제안하는 불편한 여행지는 다채롭습니다. 충남 공주에는 단 5평 남짓한 공간에서 소음 없이 머무르며 독서와 사색에 빠질 수 있는 가가책방이 있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완전히 금지된 고요 속 독방 체험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오직 침묵과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 하므로 색다른 심리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현대식 편의시설이 부족한 오지 마을 체험 역시 추천 리스트에 오릅니다. 오지에서는 직접 장작을 패고, 마을 주민과 소통하며 도시에서 당연하게 누렸던 편리함의 빈자리를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직접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익숙한 교통수단을 벗어나 온몸으로 자연과 마주하게 해주는데, 일상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과 도전정신이 여행의 새로운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처럼 불편함이 있기에 더 빛나는 특별한 여행지가 MZ세대부터 워라밸을 중시하는 직장인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불편함이 주는 색다른 선물, 여행의 진짜 의미

자전거를 타고 강을 구경하는 여행자. [ⓒ한국관광공사]
자전거를 타고 강을 구경하는 여행자. [ⓒ한국관광공사]

불편한 여행의 가치는 바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서 피어납니다. 여행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계획하고, 부족한 물자와 정보를 스스로 구하며, 때론 숙소를 구하지 못해 노숙을 하거나 갑작스레 내린 비를 맞으며 걷게 되는 순간, 우리는 편안한 여행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했던 인생의 진한 맛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크고 작은 ‘불편’의 연속이 결국에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잔잔한 행복을 더욱 또렷하게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돈 없이 떠났던 배낭여행에서의 고단함, 고된 도보 트레킹 끝에 마주친 자연의 위대함,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면서 느꼈던 뿌듯함은 고생길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뇌리에 강하게 남아 두고두고 떠올릴 인생의 추억이 됩니다. 불편함은 곧 성장이자, 오랜 시간이 흘러도 한 편의 에세이처럼 곱씹을 수 있는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더해 줍니다.

 

나만의 불편한 여행을 계획하는 TIP

텐트만으로 하룻밤을 보내는 캠핑. [ⓒ한국관광공사]
텐트만으로 하룻밤을 보내는 캠핑. [ⓒ한국관광공사]

불편한 여행을 계획할 때는 몇 가지를 꼭 염두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지나친 불편함은 자칫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우선 본인의 체력과 경험에 맞는 장소와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여행의 목적을 분명하게 정하는 것도 중요한데, 디지털 디톡스, 자기 성찰, 자연 속 생존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면 실패 확률이 줄어듭니다.

필요 최소한의 짐으로 배낭을 꾸리고,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거나 아예 휴대하지 않는 것이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오지의 숙박, 도보여행, 무인 카페나 자연휴양림 등 내비게이션 없이 찾아가는 목적지도 색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무엇보다 떠난 환경에서 느껴지는 잠시의 불편함마저도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인다면 여행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습니다.

 

‘불편한 여행’, 결국 삶을 바꾸는 기회가 된다

조용한 공간에서 명상하는 여행자. [ⓒ유니에스아이엔씨]
조용한 공간에서 명상하는 여행자. [ⓒ유니에스아이엔씨]

이처럼 편리함의 시대에 일부러 불편을 택하는 여행은 단순한 트렌드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멈추지 않는 일상과 스마트폰에 지친 두뇌, 끊임없이 ‘연결’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불편에 몸을 맡기는 순간, 우리는 내 안의 본연을 마주하는 새로운 여행의 세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불편함에서 오는 성찰과 성장, 그리고 그 특별한 여운이 우리의 삶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주고, 진짜 여행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합니다. 의도적으로 선택한 불편이 가져다주는 변화는 긴 여운을 남기며, 바쁜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강렬한 힐링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