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붉고 향은 없지만”… 9월, 꼭 가봐야 할 국내 축제 3탄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전남 영광의 가을은 붉다. 9월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열흘간 열리는 ‘영광 불갑산 상사화축제’는 해마다 짙어지는 붉은 군락을 품고 돌아온다.


상사화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황성훈
상사화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황성훈


불갑사 일대를 따라 만개한 상사화는 그 자체로 장관이지만, 축제의 진짜 힘은 이 비주얼을 넘어서는 감성적 연출에 있다.


상사화는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전설로 익숙하다. 때문에 매년 이 시기, 불갑산을 찾는 이들 사이에선 마치 잊혀진 인연을 찾아 나서는 듯한 묘한 정서가 공유된다.


불갑산 상사화축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달빛 야행’ 프로그램이다. 해가 진 뒤, 붉은 꽃길 위를 걷는 행사는 조명과 음악 연출이 더해지며 낮보다 더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일부 구간은 입장 인원을 제한할 정도로 관람 수요가 높다.


상사화 축제 - 영광군
상사화 축제 – 영광군


야간 관람객을 겨냥한 포토존과 간이 카페, 휴게 쉼터 등도 해마다 개선되고 있다. 특히 SNS 시대에 어울리는 구도와 색감을 고려한 구조물 설치는 지자체 축제 중 보기 드문 기획력으로 평가받는다.


상사화는 독특하게도 ‘향이 없는 꽃’으로 유명하다. 시각적 매력이 모든 감각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사진을 찍기 위한 꽃’이라는 말도 따라붙는다. 이에 축제 역시 감상을 넘어 ‘시각 소비 콘텐츠’에 집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의 피로감도 있다. 자연경관보다는 연출된 배경, 상업화된 전시 중심으로 흐르면서, 매년 비슷해진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일부 관람객은 “감성은 있지만 진정성은 부족하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상사화 축제 - 영광군
상사화 축제 – 영광군


영광군은 해마다 상사화 개화 시점에 맞춰 축제 일정을 조정하며, 자연 주기와 행사 타이밍을 일치시키는 전략을 고수한다. 이는 관광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해왔지만, 그만큼 날씨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이기도 하다.


불갑산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백제불교의 역사와 문화를 품은 공간이기도 하다. 상사화축제가 그 상징성과 문화적 무게까지 온전히 담아내려면 단지 ‘꽃이 예쁘다’는 수준을 넘어서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진을 찍기 위한 장소에서, 감정을 되새기는 시간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불갑산 상사화축제는 매년 이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