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들고 밤의 궁궐 산책… 단 150명만 허락된 창덕궁 ‘달빛기행’의 비밀

청사초롱을 들고 달빛 아래 고궁을 거니는 모습. [ⓒ한국문화재재단 김도성]
청사초롱을 들고 달빛 아래 고궁을 거니는 모습. [ⓒ한국문화재재단 김도성]

달빛에 비친 고궁의 고즈넉한 풍경과 청아한 전통 선율이 어우러지는 ‘창덕궁 달빛기행’이 올가을에도 펼쳐진다. 2025년 하반기 창덕궁 달빛기행은 전문 해설사의 안내와 함께 청사초롱을 들고 고궁 후원을 산책하며, 전통예술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고품격 문화 체험이다. 달밤 아래 펼쳐질 궁궐의 숨은 이야기와 역사, 예술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한밤에만 만날 수 있는 고궁의 얼굴

2025 창덕궁 달빛기행 홍보 포스터이다. [ⓒ국가유산진흥원 궁궐사업팀 예상욱]
2025 창덕궁 달빛기행 홍보 포스터이다. [ⓒ국가유산진흥원 궁궐사업팀 예상욱]

창덕궁 달빛기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에서 매년 봄과 가을에 열리는 대표적인 야간 고궁 체험 행사다. 올해 하반기 행사는 9월 4일부터 10월 26일까지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진행되며, 하루 최대 150명만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각각 3회차씩 진행되며, 각 회차는 약 100분에서 110분 정도 소요된다. 이 행사의 동선은 금호문에서 시작해 진선문, 인정전, 희정당, 낙선재, 상량정, 부용지, 애련정, 연경당을 거쳐 후원 숲길로 이어지는 창덕궁의 주요 명소들을 모두 아우르며 마무리된다.

 

100분의 여정, 창덕궁 후원을 걷다

달빛이 비추는 인왕전 주변 정경. [ⓒ한국문화재재단 김도성]
달빛이 비추는 인왕전 주변 정경. [ⓒ한국문화재재단 김도성]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은 달빛 아래 펼쳐진 궁궐의 조용한 풍경을 따라가며, 곳곳에서 전통공연을 마주하게 된다. 상량정에서는 대금 독주가 울려 퍼지고, 연경당에서는 조선 궁중에서 전해 내려온 춤과 음악으로 꾸며진 궁중정재가 펼쳐진다. 영화당에서는 거문고의 깊은 울림이 방문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전통 다과와 함께하는 음악과 노래, 춤 공연은 행사 전체의 품격을 한층 높인다. 청사초롱 불빛 아래 펼쳐지는 이 모든 순간은 마치 조선시대의 야경 속으로 들어간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궁중 음악과 무용이 살아 숨 쉬는 밤

상량정 앞에서 대금 독주 공연 모습. [ⓒ한국관광공사]
상량정 앞에서 대금 독주 공연 모습. [ⓒ한국관광공사]

해설 또한 이 프로그램의 큰 매력 중 하나다. 창덕궁 달빛기행에서는 문화재 해설사가 동행하여 각 전각의 역사와 배경, 숨은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전해준다. 단순히 걷는 관광이 아닌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교육적 체험으로도 손색이 없다.

 

조선의 왕과 사진 한 장, 특별 체험까지

다양한 체험행사를 경험해볼 수 있다. [ⓒ한국문화재재단 김도성]
다양한 체험행사를 경험해볼 수 있다. [ⓒ한국문화재재단 김도성]

특히 올해는 조선시대 왕과 왕비 복장을 한 배우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특별한 체험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관람객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 전망이다.

 

사전 예약 필수, 꼭 챙겨야 할 참가 정보

예매는 전액 사전 예약제로만 진행되며 현장에서는 티켓을 구매할 수 없다. 8월 13일부터 19일까지 티켓링크를 통해 예매권 추첨 응모가 가능하며, 당첨자는 8월 21일 발표된다. 당첨자는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우선 예매할 수 있고, 잔여 좌석에 한해 8월 27일부터 일반 예매가 가능하다. 참가비는 1인 기준 3만 원이며,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는 50% 할인이 적용된다. 7세 이상부터 참여할 수 있고, 취학 아동 및 청소년은 반드시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는 점도 사전에 확인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단순한 야간 관람을 넘어, 역사와 예술,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고품격 문화 체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선 궁궐의 정취를 그대로 살린 공간에서, 달빛과 전통 예술이 어우러지는 이 특별한 밤은 분명히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 것이다. 올가을, 하루쯤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청사초롱을 든 채 조선의 밤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