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해수욕장 대신 ‘이곳’… 지금 걷기 딱 좋은 바다길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바다를 따라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길은 많지만,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길은 드물다.


외옹치 바다향기로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외옹치 바다향기로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속초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그중 하나다. 9월, 선선한 바람과 함께 걷기 좋은 시기에 꼭 들러야 할 해안 트레킹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 산책로는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대포동에 위치하며, 속초해수욕장에서 외옹치항까지 총 1.74km로 이어진다. 짧은 거리지만 속도보다 풍경에 시선을 빼앗기게 되는 길이다. 운영시간은 하절기 기준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입장료는 없다.


이 길은 크게 두 구간으로 나뉜다. 속초해수욕장 구간(약 850m)은 부드럽고 정제된 느낌의 해변 풍경이 인상적이다. 여름철 붐비던 인파가 빠져나간 9월엔 조용한 바다 소리를 들으며 걷기 좋다.


외옹치 바다향기로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외옹치 바다향기로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반면 외옹치 구간(약 890m)은 한때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던 지역으로, 거친 파도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야성적인 매력을 품고 있다. 자연의 손길 그대로 남아 있어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기에 더없이 알맞다.


단순한 해안길이 아닌 이 산책로가 특별한 이유는, ‘대나무 명상길’, ‘하늘 데크길’, ‘안보 체험길’, ‘암석 관찰길’ 등 네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나무 숲 사이를 걷는 명상길은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고, 하늘 데크길은 아래로 펼쳐지는 투명한 바다를 보며 짜릿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걷는다면 바위 모양을 찾아보는 암석 관찰길에서 흥미를 더할 수 있다.


외옹치 바다향기로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외옹치 바다향기로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이 길에서 가장 이색적인 구간은 ‘안보 체험길’이다. 1970년 무장공비 침투 사건 이후 설치된 철책이 일부 남아 있어, 산책 이상의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출입이 제한되었던 시절의 긴장감을 상기시키는 구조물들이 지금은 누구나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길 위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자연 감상 이상의 가치를 느끼게 한다.


외옹치 구간은 한때 ‘출입금지’였던 시절이 무색할 만큼 탁 트인 바다와 어우러진 조각 같은 풍경으로 가득하다.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은 물빛과 바다를 향해 뻗은 암석들은 여느 해안길과 차별화된 인상을 남긴다.


외옹치 바다향기로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외옹치 바다향기로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기존의 산책로가 가진 일률적인 풍경과는 달리, 자연의 거칠고 순수한 면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점에서 이 길의 진가가 드러난다.


속초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단순히 지나치는 길이 아니라, 발걸음이 멈춰지는 ‘머무는 산책로’다. 데크에 앉아 쉬거나, 바위 위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무엇보다 접근성과 편의성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무료 주차장은 물론, 깔끔한 화장실과 안내판도 잘 정비되어 있어 연령과 관계없이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특히 새벽 시간대나 일몰 무렵에 방문하면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도 이 길이 가진 매력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