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보석’ 완도, 설마 아직도 안 가보셨어요?

청산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박영기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남해안 섬들 중에서도 유독 고요한 울림을 남기는 곳, 전남 완도는 남도의 정서를 가장 섬세하게 담아내는 섬이다.

청산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박영기
청산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박영기

수려한 바다 풍경과 함께 수천 년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머물며 천천히 음미해야 할 곳이다.

완도는 전라남도 최남단,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중심에 위치해 있다. 수많은 섬 사이로 뻗은 해안도로와 배편은 섬 하나하나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여행자에게는 무수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그중에서도 청산도는 이름만큼이나 정갈한 풍광을 자랑하는 완도의 대표 섬이다.

청산도 슬로길, 시간마저 느려지는 걷기 여행

청산도는 ‘슬로시티’라는 별칭답게 빠름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해안을 따라 조성된 슬로길은 42.195km에 달하는 걷기 코스로, 길 위를 걷다 보면 파도 소리와 바람의 결이 묘하게 리듬을 이룬다. 봄철에는 유채꽃과 구절초가, 가을에는 억새가 군락을 이루며 계절에 따라 완전히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드라마 ‘봄의 왈츠’와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청산도는 관광지보다도 살아있는 풍경을 보는 느낌이 강하다. 섬 주민들의 삶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고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 진정성이 묻어난다.

청산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청산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고대 해양강국의 흔적, 장보고의 도시 완도

완도는 단지 자연의 아름다움만으로 주목받는 곳은 아니다. 이곳은 통일신라 시기 동북아 해상 무역을 주도한 장보고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청해진 유적지와 청해포구촬영장은 그 시절의 해양문명을 현재로 되살린다.

특히 청해포구촬영장은 고증을 거쳐 재현된 세트와 산책로가 조화를 이루어,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체험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당시의 삶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청해포구촬영장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전형준
청해포구촬영장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전형준

난대림의 보고, 완도수목원에서 만나는 이국적 숲

완도군 군외면에 위치한 완도수목원은 전국 유일의 ‘난대수목원’이다. 남해 특유의 온난한 기후 덕에 이곳에는 동백, 황칠, 후박나무 같은 난대성 식물이 자생한다.

30여 개 테마 정원으로 구성된 수목원은 단순히 식물을 구경하는 공간을 넘어, 생물다양성과 생태교육의 장으로 기능한다. 전망대에서는 완도의 푸른 바다와 숲이 한눈에 들어오며, 사계절 내내 초록의 힘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완도수목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완도수목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디저트에 전복 한 마리? '전복빵'으로 즐기는 미식 체험

최근 완도에는 '전복빵'이라는 이색 먹거리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군내길에 위치한 카페 ‘달스윗’에서는 전복을 통째로 넣은 빵을 판매하는데, 단맛과 바다의 풍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완도산 전복은 청정해역에서 자라 쫄깃하고 진한 맛을 내는데, 이를 활용한 디저트는 완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유니크한 별미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기념품 이상의 경험으로 기억되는 음식이다.

카페 달스윗 전복빵 - 업체등록사진
카페 달스윗 전복빵 – 업체등록사진

타워에서 내려다본 완도, 바다와 섬의 조화

완도 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완도타워는 이 지역의 지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명소다. 장보고대로에서 진입할 수 있으며, 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남해 다도해의 복잡하고 아름다운 구조가 드러난다.

특히 해 질 녘, 주홍빛 노을이 바다 위로 떨어지는 장면은 방문객들이 기억 속에 오래도록 간직하는 순간이다. 주변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어 가볍게 걷기 좋다.

완도타워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완도타워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라이브스튜디오

완도 여행의 핵심은 속도를 늦추는 데 있다. 명소를 찍듯 소비하는 여행이 아닌, 공간에 오래 머물며 그 의미를 발견하는 여정이다. 바다의 움직임, 섬 주민의 일상, 숲의 소리까지 모든 것이 여행의 일부가 된다.

빠르게 소비되는 관광 트렌드 속에서, 완도는 오히려 속도를 늦추며 자신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단순한 자연 관광지가 아닌, 섬이라는 공간이 줄 수 있는 깊이 있는 체험과 역사의 울림이 공존하는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