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도심을 벗어나기엔 시간이 모자란 이들에게, 단 30분이면 도달 가능한 '비일상의 입구'가 있다.

콘크리트와 소음으로 가득한 일상과 완전히 다른 세계가 불과 한 시간 이내 거리 안에서 펼쳐진다. 그곳은 ‘무릉도원수목원’이다.
경기도 부천시 춘의동에 자리한 이 수목원은 자연과 인공의 경계에 기획된 하나의 이야기 공간이다. 단순한 공원이 아닌 '현실에서 이상세계로 진입하는 문'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구조가 이목을 끈다.
기암절벽과 인공폭포, 공간에 서사를 더하다
수목원의 입구에는 거대한 절리석 절벽과 인공폭포가 설치돼 있다. 단순히 경관을 위한 구조물이 아닌, 방문객에게 상징적 '세상 전환의 통로' 역할을 부여한다. 현실의 무게를 내려놓고 새로운 감각을 여는 의식과도 같은 구조다.
이를 지나면 등장하는 오리연못과 토피어리 구역은 관람객을 부드럽게 식물의 세계로 이끈다. 꽃 사슴과 기린 조형물이 배치된 이 구역은 특히 아이들과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다.

여름철 절정기, 테마별 식물 구역이 살아나는 시기
무릉도원수목원의 진가는 여름철에 더욱 선명해진다. 각 테마 구역마다 생태적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나며, 전체 수목원의 리듬을 형성한다. 그중에서도 수생식물 군락은 여름 한정으로 가장 풍성한 생태를 연출한다.
계류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꽃창포와 부들, 물옥잠 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단순한 관람이 아닌 생태 관찰의 재미도 함께 제공한다.

암석원부터 숙근초화원까지, 식물과 공간의 층위 구조
수목원의 좌측에는 암석원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는 건조한 환경에 적응한 식물들이 주로 식재돼 있어, 다른 구역과는 완전히 다른 시각적 질감을 전달한다. 도심 속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이국적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계류 상류로 접어들면 숙근초화원이 등장한다. 도라지, 단양쑥부쟁이 등 600여 종의 초본식물이 자연스럽게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늦여름에도 일부 종은 개화 중이다. 숙근초의 생애 주기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식물로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관람 정보와 요금, 부담 없이 즐기는 생태 여행
무릉도원수목원은 2012년 10월 개원 이래 다양한 지역 주민과 관람객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운영시간은 3월~10월은 오후 6시까지, 11월~2월은 오후 5시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화요일에 휴관한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000원으로 부담 없는 수준이다. 6세 이하 유아는 무료이며, 단체 관람 시에는 요금이 추가 할인된다. 주차 공간도 확보돼 있어 자가용을 이용해 방문하기에 적합하다.
단순히 나무와 꽃을 모아놓은 공간을 수목원이라 부르지 않는다. 무릉도원수목원은 식물의 생태적 배열에 인문학적 서사를 입혔다. 입구의 폭포부터 암석원과 초화원에 이르는 흐름은 마치 하나의 스토리라인처럼 연결된다.
그 흐름 속에서 계절이 지나고 식물이 피고 지는 순환은,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일상을 나란히 걷게 만든다. 그것이 이 수목원이 단순한 여가 공간을 넘어 '현실을 잠시 내려놓는 입구'라 불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