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코스모스에서 시작된다”… 9월 떠나야 할 감성 여행지 5선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한낮 기온은 여전히 30도를 넘나들지만, 계절의 발걸음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호국의병의 숲 친수공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박창용
호국의병의 숲 친수공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박창용


들녘의 색이 연둣빛에서 황금빛으로 바뀌고, 전국 곳곳엔 코스모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른 가을의 전령사인 코스모스는 그 자체로도 가을 여행의 좋은 이유가 된다.


특히 9월은 본격적인 단풍철에 앞서 혼잡하지 않고 날씨까지 쾌적해, 감성적인 풍경을 즐기기 가장 좋은 시기다. 이번에는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코스모스 명소 다섯 곳을 소개한다.


전통 한옥과 꽃길의 조화, 경주 양동마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양동마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이곳은 실제 주민이 살아가는 집성촌으로, 조선시대 양반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유의 ‘물(勿)자’ 형태의 지형과 고택 사이로 흐르는 코스모스는 시간의 흐름을 꽃으로 수놓는다.


평범한 시골 마을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가을이면 마을 진입로부터 형형색색 코스모스가 흘러나와 전통 풍경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특히 이른 아침과 해 질 무렵이면 마을 전체가 은은한 빛에 감싸이며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양동마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권오호
양동마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권오호


황룡사 역사문화관, 역사의 여백을 코스모스로 채우다


경주는 유적지로 이름 높지만, 그만큼 숨은 명소도 많다. 황룡사 역사문화관 앞마당은 한때 신라의 중심이던 터에서 지금은 코스모스가 역사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꽃길 너머로 보이는 전통 건축물과 함께 찍는 사진은 경주 여행의 또 다른 추억이 된다.


관광객이 북적이는 대릉원이나 첨성대 대신, 조용히 산책하며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이 적격이다. 코스모스의 유려한 곡선이 단정한 전각과 조화를 이루며, 특별한 경주 여행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황룡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임태원
황룡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임태원


비행기와 꽃이 만나는 곳, 인천 계양꽃마루


공항 근처에 이렇게 고요한 공간이 있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인천 계양꽃마루에선 가능한 일이다. 매년 9월이면 수천 평 규모의 꽃밭이 코스모스로 가득 채워지며, 하늘을 가르는 항공기와 함께 감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곳의 묘미는 타이밍이다. 이륙하는 비행기와 코스모스를 함께 담아낸 사진은 SNS에서도 화제를 모은다. 전문 장비 없이도, 누구나 감성적인 컷을 남길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사진 애호가들에게도 인기다.


계양꽃마루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경빈
계양꽃마루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경빈


단풍보다 먼저 피어나는 가을, 진안 마이산


진안의 상징 마이산은 특유의 두 봉우리로 유명하다. 하지만 단풍이 들기 전, 이곳은 코스모스로 더 먼저 가을을 알린다. 마이산 북부 관광단지 일대는 매년 코스모스 꽃밭을 조성하며, 축제가 열리는 시기엔 지역 특산물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돌탑과 탑사를 배경으로 한 코스모스 사진은 흔하지 않기에 특별함을 더한다. 단순히 꽃만 보는 여행이 아니라, 산책과 지역 문화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의 밀도가 높다.


마이산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유민
마이산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유민


바다와 코스모스의 의외의 조합, 제주 서우봉


보통 제주에서 가을을 말할 땐 억새나 한라산 단풍을 떠올리지만, 서우봉의 코스모스는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함덕해수욕장 동편의 낮은 언덕 서우봉은 해변과 연결된 산책로에서 코스모스가 핀다. 해안의 푸른색과 꽃의 분홍빛이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이곳은 제주 올레길 19코스의 일부이기도 하다. 제주를 처음 찾는 이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현지인들과 장기 체류 여행객 사이에선 숨겨진 명소로 손꼽힌다. 바다 내음을 따라 걸으며 꽃길을 거니는 이색 경험은 제주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서우봉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정수
서우봉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정수


대부분의 이들은 가을 하면 단풍부터 떠올리지만, 사실 계절의 첫 신호는 코스모스에서 시작된다. 도심에서 멀지 않거나 의외의 장소에 숨어 있는 코스모스 명소는 굳이 긴 휴가 없이도 계절 여행을 완성시켜준다.


이번 9월에는 단풍철의 북적임을 피한 채, 꽃으로 가득 찬 이른 가을을 먼저 느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잊지 못할 사진과 기억을 남길 수 있는 다섯 곳의 코스모스 명소, 지금 바로 계획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