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케데헌… 흥행에 ‘이곳’ 외국인 관광객 발길 이어져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국의 찜질방 문화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채널A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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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은 단순한 사우나를 넘어선 이 독특한 공간에서 생소한 감각을 체험하며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양머리를 두른 주인공들이 불가마에서 명상하고 컵라면을 먹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외국인 시청자들 사이에서 찜질방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상승했다.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한국의 전통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관문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현지 매체도 ‘세신 체험기’ 집중 조명


지난 27일, 홍콩 유력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 찜질방 체험기를 다룬 심층 기사를 보도했다. 기자는 서울의 고급 찜질방에서 경험한 시설과 서비스에 대해 “한 번의 입장료로 사우나부터 한증막, 식사 공간까지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힐링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SCMP는 찜질방 내 라커 키 하나로 결제까지 가능한 디지털 시스템, 요가룸·게임룸·네일숍까지 갖춘 원스톱 서비스에 주목했다. 단순한 목욕 시설이 아닌 ‘도심 속 쉼터’로서의 기능이 외국인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간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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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밀면서 정을 쌓는다”…외국인에겐 이색 경험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바로 ‘세신’, 즉 때밀이 문화였다. 기사에서는 “수세미로 온몸을 문질러 각질을 제거하는 서비스가 처음에는 낯설지만 끝나고 나면 말 그대로 새 피부를 얻은 기분”이라고 묘사했다. 일부 외국인들은 이를 이스탄불의 터키탕이나 상하이식 스크럽과 비교하며, “두려움과 사랑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경험”이라 표현했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세신 영상을 찍어 공유하는 콘텐츠가 늘고 있다. 고통을 감수한 뒤 얻게 되는 개운함이 ‘한국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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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확산 속 ‘찜질방’은 새 관광 상품으로 진화


‘케데헌’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누적 시청 수 2억3600만 회를 돌파하며 영화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콘텐츠의 파급력은 찜질방이 단순한 시설을 넘어 문화 콘텐츠의 일부로 인식되게 만든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한 K콘텐츠 팬덤은, 한국식 목욕 문화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근엔 천연 입욕제를 활용하거나 전용 샤워룸을 갖춘 프라이빗 세신숍이 ‘힙한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단체보다는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외국인 취향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포스터 -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포스터 – 넷플릭스


외국인 거래액 84% 급증…찜질방은 ‘경험형 소비’의 중심


실제 수치로도 이러한 관심은 입증된다. 국내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지난 6월 20일부터 7월 19일까지 한 달간 ‘대중목욕탕 여행’ 콘텐츠의 외국인 관광객 거래액은 전월 대비 84% 증가했다. 콘텐츠와 실시간 연동되는 경험형 관광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단순 관람형 관광을 넘어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체험하는 ‘로컬 라이프스타일 체험’이 주요 관광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찜질방은 그 중심에서 새로운 한류 소비 문화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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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 문화, 관광이 아닌 ‘교감의 공간’으로


이제 찜질방은 단지 피로를 푸는 장소가 아니라, 한국 고유의 삶의 방식과 타인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교감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현지인과 함께 땀을 흘리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경험을 고스란히 콘텐츠로 만들어 세계로 전파한다.


SCMP 기자는 체험을 마친 뒤 “4시간이 너무 짧았다. 다음에는 페디큐어까지 받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재방문을 원하는 충성도 높은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콘텐츠가 관광을 움직인다…‘케데헌’ 이후가 더 중요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붐이 일시적인 흥미로 그치지 않도록 체계적인 관광 연계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찜질방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안내 시스템, 언어 장벽을 최소화하는 서비스 개선 등이 그 예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인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는 지금, 그 콘텐츠가 촉발한 관광 수요를 지속 가능한 문화 자산으로 이어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