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대전의 한 식당에서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졌다. 손님으로 보이는 노부부가 식사를 마친 뒤 조용히 물건을 챙겨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은 지난 8일 저녁, 대전 서구에 위치한 족발 식당에서 발생했다. 당시 식당을 방문한 나이 지긋한 부부는 평범한 손님처럼 보였고, 직원들 역시 별다른 의심 없이 서비스를 제공했다.
문제는 이들이 자리를 뜬 직후 시작됐다. 테이블을 정리하던 업주는 반찬 접시의 수가 맞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고, 결국 CCTV를 확인했다. 화면 속에는 생각지 못한 장면이 담겨 있었다.
노부부는 식사를 마친 뒤 주변을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반찬이 담겨 있던 접시를 닦은 후 옷 주머니에 넣는 장면, 소주병과 큰 접시까지 가방에 넣는 모습이 그대로 찍혔다. 식당 후식으로 제공되는 사탕까지 한 움큼 챙겨 떠난 모습에 업주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상황을 제보한 식당 업주는 그릇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한 직후 경찰에 도난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이내 신고를 취소했다. 처벌보다는 그릇을 돌려받고 싶었다는 그의 설명은 단순한 피해 이상의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노부부가 친절했고, 음식이 맛있다고 칭찬도 많이 해줬어요. 그래서 더 믿고 있었는데, 배신당한 기분이 컸습니다.” 업주는 이렇게 말하며 씁쓸한 심정을 전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절도 논란을 넘어, 일상 속 도덕적 기준의 경계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나이와 상관없이 도둑은 도둑”이라는 반응을 보인 반면, “생활고 때문일 수도 있다”며 동정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법적으로는 ‘절도죄’가 성립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업주가 신고를 철회한 만큼 형사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리적 차원의 비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노부부의 행동은 한 번의 실수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된다면 자영업자 입장에선 상당한 손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다회용 식기나 주류 병 등은 재고 관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은 식당의 운영 효율성과 손익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 결국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손님을 의심하지 않으면서도 감시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릇 몇 개와 소주병, 사탕 몇 개가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문제는 ‘신뢰’였다. 업주는 선의로 대했던 손님에게 느낀 배신감을 더 크게 여겼고, 처벌보다도 그 감정을 치유하고 싶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