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제주를 찾은 일부 관광객들이 공공시설을 사적 공간처럼 이용한 모습이 공개되며,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게시된 게시물은 ‘제주 현사포구 정자를 캠핑장 만든 민폐녀들’이라는 제목과 함께, 당시 현장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글을 작성한 A씨는 “비 온다고 정자에 캠핑 의자 들고 들어오신 이모님들”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자, 누구나 잠시 쉬어가는 공간…누군가의 캠핑장이 아니다
공개된 사진에는 중년 여성 관광객들이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소재 ‘현사포구 정자’에 캠핑용 탁자와 의자를 펼쳐놓고 장시간 머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정자에 앉아 음식물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주변엔 개인 짐들이 쌓여있어 타인의 이용은 사실상 어려워 보였다.
A씨는 “정자 옆 안내판에는 화기 사용, 음식물·주류 반입, 야영 금지 등 공공질서를 위한 이용 수칙이 명시돼 있었지만, 아무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진 속 정자 입구에는 ‘신발 벗고 올라가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부착돼 있었지만, 이를 지키는 이는 없었다.

현행법으로는 처벌 어려워…도덕적 해이 지적 나와
정자 내에서의 행위가 명백한 금지 사항을 위반하고 있음에도, 현행법상 강제 퇴거나 처벌은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자와 같은 공공시설은 일반적으로 ‘공중이용시설’로 분류되지만, 사유지가 아니고 명시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법적 제재는 제한적이다.
이에 대해 온라인 상에서는 “법적 처벌보다 먼저 지켜야 할 건 기본적인 시민 의식”이라며, 공공장소의 ‘선점 문화’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쉼터의 본래 목적을 무시한 채, 사유 공간처럼 장시간 사용하는 건 명백한 민폐다”라는 비판이 다수였다.

같은 문제, 전국 곳곳서 반복…’공공이 사유화되는 풍경’
이러한 정자 점령 문제는 제주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강원도 삼척의 한 해변 정자에서도 관광객이 텐트를 치고, 바닥에 팩을 박아 정자를 점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대형 돗자리를 깔고 집처럼 꾸며 이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배경으로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를 꼽는다. 도심에서 벗어난 공간일수록 ‘규제가 없을 것’이라는 착각이 발생하며, 기본적인 공동체 질서가 무시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공공의 공간을 오랜 시간 점유하고, 캠핑장처럼 사용하는 행위는 결국 다수의 이용 기회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공공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광지에서의 민폐 행위가 반복될수록 지역 주민과의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는 공공시설 이용에 대한 단속 강화, 안내판 정비, 감시카메라 설치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 스스로의 인식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