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일본항공(JAL) 국제선에서 기장이 과도한 음주로 정상 근무가 불가능해지면서 항공편이 차례로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4일 일본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장은 지난 8월 말 미국 호놀룰루에서 출발해 일본 나고야 주부공항으로 향하는 항공편을 맡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발 직전 컨디션 이상을 호소해 교체 투입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당초 예정 시각보다 약 2시간 늦게 출발했다.
조사 결과, 기장은 비행 전날 호텔에서 도수 10% 맥주 500ml 캔 3개를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JAL 내부 기준을 2배 이상 초과한 수치다. 해당 규정은 비행 12시간 전을 기준으로 도수 5% 맥주 500ml 2캔 수준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문제의 항공편은 2시간 늦게 출발했고, 이어 연결되는 항공편 2편도 각각 18시간씩 지연되며 승객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항공 안전 문제로 확산됐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9월 3일 도쿄 하네다공항의 JAL 운항본부에 대해 항공법에 따른 임시 검사를 실시했다. 안전 규정을 무시한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중대하게 본 것이다.
실제로 JAL은 최근 몇 년간 비슷한 사건을 여러 차례 겪어왔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에서 한 기장이 만취 상태로 물의를 일으켜 하네다행 항공편이 아예 결항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멜버른발 나리타행 편에서 기장과 부기장이 음주 사실을 숨긴 채 운항하려다 출발이 지연됐다.
올해 5월에는 자회사 스프링 재팬 화물편 기장이 근무 전 음주 제한 시간을 어기면서 국토교통성으로부터 엄중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JAL은 다시 한 번 안전 관리 미비를 드러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승객들은 “국제선을 이용하는데 매번 음주 문제로 불안하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 규정 위반이 단순히 항공사 이미지 문제가 아니라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항공 업계에서는 내부 규정 준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음주 측정 시스템 강화, 무작위 검사 확대, 기장과 승무원에 대한 징계 강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JAL은 이번 사건 이후 추가 대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과거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