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푸른 남강을 따라가다 보면 절벽 위로 위풍당당하게 선 누각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세계 언론이 극찬한 진주 촉석루다.

2012년 CNN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50곳’ 중 하나로 촉석루를 선정했다. 단순한 지역 명소를 넘어 국제적 매체가 인정한 풍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CNN은 특히 성곽과 남강, 누각이 어우러진 조화를 높이 평가하며 한국 전통 건축미의 정수를 전했다.
촉석루, 풍류와 군사의 길목
촉석루는 고려 고종 28년(1241)에 처음 세워진 뒤 여러 차례 중건을 거치며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평양의 부벽루, 밀양의 영남루와 함께 ‘한국 3대 누각’으로 꼽히지만, 촉석루는 단순한 풍류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전쟁 시에는 진주성을 방어하는 남장대 역할을 맡으며 전략적 요충지로 쓰였다.
평화로운 시절에는 선비들이 학문을 논하고 시를 짓던 공간이었으나, 국난의 순간에는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담긴 전장의 심장부가 되었다. 이처럼 두 얼굴을 가진 공간이라는 점이 촉석루를 특별하게 만든다.

임진왜란과 김시민 장군의 진주대첩
촉석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은 임진왜란이다. 1592년 진주대첩에서 김시민 장군은 이곳에서 지휘를 펼쳤다. 불과 3,800명의 군사로 2만여 명의 왜군을 막아낸 전투는 한국 전쟁사에 길이 남았다.
누각에 서면 강과 성곽, 진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 풍경 속에서 역사의 숨결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현판에 적힌 ‘영남제일형승’이라는 글귀는 단순히 경치를 찬미하는 차원을 넘어, 피로 지켜낸 고장의 자부심을 상징한다.
불타 사라진 국보, 시민의 손으로 되살리다
6.25 전쟁은 촉석루에도 시련을 남겼다. 포화 속에서 건물이 전소되며 국보 제276호였던 문화유산은 한순간 잿더미로 변했다. 그러나 진주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1960년, 시민들이 모금으로 복원 사업을 추진하며 ‘진주 고적 보존회’를 조직했고, 전국에서 목재와 돌을 공수해 다시 세웠다.
덕분에 오늘날의 촉석루는 경상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 가치만큼은 단순한 문화재를 넘어선다. 재건의 과정 자체가 공동체의 의지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축제의 빛으로 되살아난 남강
역사의 상처를 품은 남강은 오늘날 화려한 빛으로 변모한다. 매년 가을 열리는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진주대첩 당시 군사 신호로 유등을 띄우던 전통에서 비롯됐다.
수천 개의 등이 강 위를 수놓는 장면은 전쟁의 기억을 평화의 메시지로 승화시킨다. 낮에는 촉석루에서 역사를 느끼고, 밤에는 유등이 만드는 몽환적 풍경을 즐기는 것이 진주 여행의 백미다.
진주성 출입은 계절에 따라 오전 5시부터 가능하며, 촉석루 내부 관람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입장료는 성인 2천 원, 청소년 1천 원, 어린이는 600원으로 부담이 적다.
주차는 진주대첩 역사공원 지하주차장 등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누각에 오를 때는 신발을 벗어야 하므로, 편안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