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가을의 기운이 성큼 다가오면 어김없이 사람들은 자연을 찾아 나선다.
바로 인천 계양구 장기동에 자리한 ‘계양아라온 꽃밭’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푸른 청보리가 바람에 흔들리던 이곳은 지금 2천만 송이의 백일홍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새로운 풍경을 완성했다. 지난 8월 29일 개방된 이 꽃밭은 10월 초까지 시민들의 발길을 맞이한다.
계양아라온 꽃밭은 총 24,979㎡, 약 7,500평 규모에 달한다. 압도적인 넓이와 꽃의 양감은 보는 이의 시선을 단번에 붙잡는다. 이곳의 매력은 단순히 한 계절의 장관에 머무르지 않는다. 봄에는 유채꽃, 여름에는 청보리, 가을에는 백일홍과 코스모스, 겨울에는 조명 연출까지 더해져 사계절 내내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이런 치밀한 기획 덕분에 계양아라온은 단순한 꽃밭을 넘어 도시의 ‘사계절 힐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매번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이 공간은 시민들이 자연의 흐름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도록 돕는다.
가을이면 서울의 하늘공원이나 남양주의 억새밭이 인파로 북적인다. 하지만 그만큼 이동과 비용의 부담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비해 계양아라온은 몇 가지 뚜렷한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접근성과 편의성이다. 평지에 조성되어 있어 유모차, 휠체어 이용객은 물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입장료와 주차료까지 무료라는 점은 젊은 연인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부담 없는 선택지를 제공한다.
계양아라온은 단순히 ‘꽃을 보는 공간’으로 그치지 않는다. 방문객이 꽃밭 옆 잔디밭에 돗자리를 펼치고 도시 한복판에서 여유로운 피크닉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꽃을 감상하다가 잠시 앉아 바람을 느끼며 도시 속 쉼표 같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관람 이상의 만족감을 주며, 계양아라온을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핵심 요인이 된다.
계양아라온 꽃밭의 등장은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니다. 과거 비어 있던 땅이 계절별 테마 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도시 재생의 한 사례로도 의미를 갖는다. ‘도시의 빈 공간이 어떻게 시민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실질적인 해답을 보여주는 셈이다.
도시계획 차원에서도 계양아라온의 운영 방식은 다른 지자체가 참고할 만한 사례로 꼽힌다. 자연과 공간을 연결해 일상 속에서 시민들이 반복적으로 찾게 만든 점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