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선선해지는 날씨에 긴 트레킹은 부담스럽고, 전망대에서 잠깐 바라보는 풍경만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럴 때 단 5분 만에 절경을 만날 수 있는 서귀포의 외돌개는 여행객들에게 뜻밖의 해답이 된다.

외돌개는 단순히 ‘관광지’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누구는 짧게 산책하듯 다녀가고, 또 다른 이는 올레길을 따라 1시간 넘게 풍경을 만끽한다. 짧고 긴 여행을 동시에 품은 이곳은 시간을 내기 어려운 여행자에게도, 깊이 있는 풍경을 찾는 이에게도 만족을 주는 드문 장소다.
외돌개는 국가 지정 명승 제79호로, 서귀포시 서홍동 791번지에 자리한다. 공영주차장에서 천천히 걸음을 떼면 불과 몇 분 안에 기암절벽과 푸른 바다가 맞닿은 장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남해 바다 위에 홀로 솟은 바위와 그 뒤로 겹겹이 서 있는 범섬은 단거리 산책으로는 과분한 풍경이다.
이곳은 제주올레 7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며 바라보는 외돌개의 다른 모습들은 ‘살아있는 자연 미술관’을 걷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외돌개에는 단순한 절경 이상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고려 말, 최영 장군이 왜구와 맞설 때 장군의 형상으로 위장해 적을 물리쳤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장군석’이라 불렸다. 또 바다로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바위가 되었다는 ‘할망 바위’의 이야기도 있다. 바다 한가운데 홀로 선 돌에 얽힌 두 전설은 여행길에 묘한 여운을 남긴다.
학술적으로는 약 15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시스택(sea stack)’으로 알려져 있다. 수십만 년의 파도에도 무너지지 않은 단단한 지질은, 눈앞의 풍경이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지구의 시간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외돌개의 또 다른 매력은 접근성이다. 입장료가 무료이고, 주차장도 무료와 유료로 나뉘어 있어 큰 부담이 없다. 유료 주차장도 요금은 2천 원으로, 산책 시간을 고려하면 합리적이다. 다만 대부분 포장된 길이지만 오르내림이 있어, 편한 신발은 필수다.

특히 일출과 일몰은 이곳의 백미로 꼽힌다. 새벽 해가 솟을 때 바위의 윤곽이 드러나고, 저녁 붉게 물든 하늘과 어우러진 외돌개는 사진으로도 담기 어려운 감동을 준다. 여행객들은 같은 장소라도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경험하게 된다.
주변 명소 중 하나였던 황우지해안, 이른바 ‘선녀탕’은 낙석 위험으로 일부 구간이 통제 중이다. 방문 전에 확인하지 않으면 헛걸음을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서귀포시는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있으나, 여행객 스스로 안내판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