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연휴는 최장 10일 휴가가 가능해지면서 유럽 등 장거리 여행지가 주목받았다. 다만, 지방 여행업계는 경기 침체 등으로 기대만큼의 수요를 끌어내지 못했다.

효자 노릇하는 추석 연휴
올해 추석 연휴는 개천절과 한글날이 겹쳤다. 10월3일부터 9일까지가 공휴일이며, 10월10일 금요일 연차를 통해 최장 10일까지 쉴 수 있다. 지난해 추석보다 5일 정도 길다. 주요 여행사들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 기간 해외여행 수요가 전년대비 10~60%까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좋은여행은 10월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출발 예정인 여행객이 총 1만5,33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2024년 9월14~16일) 1만1,173명에서 약 37% 증가한 것이다. 교원투어는 10월3일~10월7일까지 지난 추석 연휴(9월14일~9월18일)와 비교해 모객수가 10% 증가했고, 노랑풍선 또한 작년 추석 연휴와 비교했을 때 약 60% 높았다. 여행사들에게 여름 성수기가 비교적 지지부진했던 반면 추석 연휴가 하반기 효자로 등극한 것이다.
의외로 추석 연휴 직전 주와 직후 예약률도 높은 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황금연휴 여행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낀 일부 여행객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연휴 전과 후에 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소여행사도 한숨 돌린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는 고환율,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추석 연휴 예약률이 기대보다 괜찮다는 평가다. 한 중소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부터 추석 연휴에 출발하는 여행에 대한 예약 문의가 이어졌고, 다른 달에 비해 추석 연휴가 있는 10월은 모객이 양호한 상황이다. 다만 상품가가 높아 출발일이 다가올수록 추가 예약을 받기 쉽지 않은 것이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지방의 상황은 지역별로 달랐다. 부산 지역 여행사 관계자는 “해외여행 수요가 작년보다 늘긴 했지만, 긴 연휴만큼의 성장세는 아니었다”며 “하드블록 좌석도 아직 남았고, 높은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여행객도 있다. 또 출발일이 임박해 가격이 낮아지면 가겠다는 고객도 있다”라고 전했다. 광주 지역의 해외여행 수요는 오히려 작년 추석 연휴보다 못하다. 경기 불황 등과 함께 지난해 연말 여객기 사고로 무안공항이 여전히 폐쇄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전남‧광주 지역민들은 해외여행을 가려면 인천, 청주, 부산 등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연휴 기간 다소 정체되는 도로 교통 상황을 고려하면 여행 일정 역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광주 소재 여행사 관계자는 “작년 추석보다 수요가 크게 줄었고, 근거리 공항이 폐쇄되며 어려움이 많다”라고 말했다.

긴 휴가의 수혜지는 장거리
지역별로는 최장 10일 장기 휴가가 가능한 만큼 장거리 여행지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참좋은여행은 북미 노선 성장세가 두드러져 출발 인원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유럽 노선 역시 40% 성장했다. 노랑풍선은 유럽과 북미 지역 모객이 지난해 추석 대비 2~2.5배 증가했으며, 교원투어는 장거리 여행 예약 비중이 30%로, 지난해보다 11%p 늘었다고 전했다. 장거리 노선 하드블록도 대부분 소진됐다. 일본, 베트남, 중국 등 단거리도 여전히 수요가 높고, 아직 항공 좌석이 남아 있어 신규 예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반면 골프여행 시장은 어두운 분위기다. 지난해 추석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수요가 감소했고, 일본과 중국 등 저가 상품으로 모객이 집중되면서 수익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근거리 목적지는 높은 FIT 수요로 블록 외 좌석 확보가 어려워, 그나마 남아 있는 수요도 놓치는 상황이다. 한 일본 골프전문 여행사 대표는 “추석 연휴 모객 인원이 지진 우려와 폭염이 잦았던 올여름 대비 두 배 정도 늘었지만, 지난해 추석과 비교하면 약 60%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골프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추석 연휴 중국 골프는 하이난, 샤먼, 옌타이 지역으로 수요가 몰렸는데, 전부 100만원 미만의 상품들로 경기 불황의 영향이 작용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동남아시아도 추석 골프 여행객 모객이 지난해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간혹 자이언트골프처럼 골프 여행 수요가 증가했다는 업체들도 있었으나 가격 경쟁력이 있는 일본과 중국 상품에 집중됐다는 데에는 공감했다.
한편 항공사들은 추석 연휴 기간 국내‧국제선을 증편하고 있다. 에어부산이 10월1일부터 10월12일까지 부산-나가사키 16편, 부산-도야마 8편의 부정기편을 운항하고, 제주항공은 10월2~12일까지 김포-부산 4편, 김포-제주 10편, 부산-제주 노선에 4편을 증편했다. 이스타항공은 10월2일부터 12일까지 ▲인천-다낭 18편 ▲인천-삿포로 22편 ▲인천-타이베이 22편 ▲부산-푸꾸옥 6편 ▲김포-부산 32편 등 총 126편을 추가 편성했다. 하지만 항공사의 증편이 여행 수요를 더 끌어올린다고 볼 수만은 없다. 오히려 비인기 노선의 탑승률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실제 일부 장거리 노선은 항공 공급이 증가한 만큼 수요가 발생하지 않아 추석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항공권 가격은 1년 전보다 하락한 경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