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엔 까미노!”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보여행, 산티아고 순례길 완전 정복

순례자들이 노란 화살표와 가리비 표식을 따라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풍경. [ⓒPexels ‘Győző Mórocz’]
순례자들이 노란 화살표와 가리비 표식을 따라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풍경. [ⓒPexels ‘Győző Mórocz’]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주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으로 향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한 도보 여행을 넘어 인생의 전환점으로 불리는 길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유럽 대표 도보 코스로, 매년 수십만 명의 여행자들이 “부엔 까미노(좋은 길 되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걷기 시작한다.

루트마다 다른 풍경과 문화, 난이도를 지닌 순례길은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여정을 선택할 수 있어 더 특별하다.

 

가장 인기 있는 루트, 프랑스길

피레네 산맥을 배경으로 걷는 순례자들. [ⓒPexels ‘Mikael Dubarry’]
피레네 산맥을 배경으로 걷는 순례자들. [ⓒPexels ‘Mikael Dubarry’]

산티아고 순례길 중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코스는 프랑스길이다. 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 출발해 산티아고까지 약 800km를 잇는 이 길은 30~35일 정도가 소요된다.

피레네 산맥을 넘어 팜플로나, 부르고스 등 중세 도시를 지나며 길 곳곳의 알베르게(순례자 숙소)와 노란 화살표, 가리비 표식이 이어져 초보자에게도 안정적인 여정을 제공한다.

 

대서양과 함께 걷는 포르투갈길

포르투 대성당을 지나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 [ⓒPexels ‘Kampus Production’]
포르투 대성당을 지나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 [ⓒPexels ‘Kampus Production’]

포르투갈의 리스본 혹은 포르투에서 출발하는 포르투갈길은 약 600km로 20~30일이 걸린다. 내륙과 해안 두 가지 코스를 선택할 수 있으며, 대서양 해안 풍경과 포르투갈 특유의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다.

짧고 아기자기한 여정을 원하는 여행자라면 포르투에서 출발하는 구간이 특히 인기다.

 

난이도는 높지만 풍광은 최고, 북부길

해안을 따라 걷는 순례길의 모습. [ⓒPexels ‘Liisbet Luup‘]
해안을 따라 걷는 순례길의 모습. [ⓒPexels ‘Liisbet Luup‘]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에서 시작되는 북부길은 약 820km, 35~40일이 걸리는 긴 여정이다. 산 세바스티안, 빌바오 등 예술과 해안 도시를 경유하며, 파도와 절벽이 어우러진 장엄한 풍광을 자랑한다. 다만 길이 험하고 난이도가 높아 경험자나 체력에 자신 있는 여행자에게 적합하다.

 

순례의 뿌리를 찾는 원조길과 은의길

원조길의 시작이 되는 오비에도의 모습. [ⓒPexels ‘David Vives’]
원조길의 시작이 되는 오비에도의 모습. [ⓒPexels ‘David Vives’]

가장 오래된 경로인 원조길은 오비에도에서 출발해 약 320km를 걷는다. 12~14일이면 완주할 수 있어 짧지만 깊은 성찰을 경험할 수 있다.

반면, 스페인 남부 세비야에서 출발하는 은의길은 960km, 40~50일의 장대한 코스로 로마 유적과 끝없는 평원을 지나며 남부 특유의 뜨거운 기후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한다.

 

순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피니스테레길

대서양 너머로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순례자들. [ⓒPexels ‘Burkard Meyendriesch’]
대서양 너머로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순례자들. [ⓒPexels ‘Burkard Meyendriesch’]

산티아고 도착 후에도 여정을 이어가고 싶다면 피니스테레길이 있다. 산티아고에서 대서양을 향해 약 90km를 걸어 ‘세상의 끝’으로 불리는 피니스테레에 도착하면, 대서양 일몰이 기다린다. 순례길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최고의 순간으로 손꼽힌다.

 

준비와 팁, 순례를 위한 첫걸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서는 루트에 따라 숙소와 교통, 비용, 여권 준비가 필요하다. 대부분 알베르게를 이용하며, 순례자 여권(Credencial)을 받아야 스탬프를 모으고 공식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본인의 체력과 일정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길 곳곳에 가리비 문양과 노란 화살표가 이어져 있어 길을 잃을 걱정은 크지 않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히 걷는 여행이 아니다. 중세 유적과 자연, 예술과 영성을 함께 체험하며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해주는 여정이다. 인생에서 꼭 한 번은 걸어야 할 길로 손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