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샷 찍고 가세요”… 가을꽃, 핑크뮬리·국화 마음껏 즐기는 무료 명소

(여행지도 유시내 기자) 붉은 산호초와 분홍빛 안개가 지상을 덮은 듯한 비현실적인 풍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의령 호국의병의숲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박장용
의령 호국의병의숲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박장용


이 장면은 영화 속 CG가 아니라 매년 10월 현실이 되는 의령 호국의병의숲 친수공원의 모습이다.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리에 위치한 이곳은 무려 17만㎡, 축구장 20여 개를 합친 규모를 자랑한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붉게 타오르는 댑싸리 군락이다. 여름의 초록을 벗고 불꽃처럼 물든 수만 개의 댑싸리는 가을의 시작을 알린다. 이어지는 풍경은 한층 부드럽다. 바람에 흔들리며 파도처럼 밀려오는 핑크뮬리 군락이 공원을 채운다.


핑크뮬리는 아침엔 은은한 연분홍, 저녁노을 속에서는 짙은 자주빛으로 바뀌며 다른 시간대마다 새로운 매력을 선사한다. 특히 바람이 이는 순간은 분홍빛 물결이 거대한 카펫처럼 출렁이며 방문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의령 호국의병의숲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박장용
의령 호국의병의숲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박장용


이곳의 매력은 댑싸리와 핑크뮬리에 그치지 않는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황화코스모스, 순백의 메밀꽃, 보랏빛 아스타 국화가 공원 곳곳을 수놓는다. 각기 다른 색의 파노라마가 이어져 어느 길을 선택해도 새로운 풍경이 나타난다.


사진 애호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촬영지다. 방문객들은 꽃길을 걸으며 짧은 산책만으로도 계절이 만들어낸 다채로운 색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 광활한 꽃의 낙원이 입장료나 주차비 없이 개방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관광지 운영 방침이 아니라, 이 땅의 역사적 의미와 맞닿아 있다.


의령 호국의병의숲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송재근
의령 호국의병의숲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송재근


호국의병의숲은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이 이끈 의병이 첫 승리를 거둔 기강 전투지다. 의령군은 이를 기념해 전쟁터를 평화와 생명의 숲으로 바꾸어 후대에 남겼다. 꽃과 나무로 가꿔낸 이 공간은 역사의 기억을 자연 속에서 되살리는 장소다.


붉은 댑싸리는 당시 의병들의 피와 헌신을, 분홍빛 핑크뮬리는 평화에 대한 소망을 떠올리게 한다는 해석도 있다. 단순한 풍경을 넘어선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이곳은 ‘사진 명소’를 넘어선 특별한 공간으로 다가온다.


호국의병의숲 친수공원은 연중무휴, 24시간 무료 개방된다. 하지만 가을꽃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다. 이 시기에 맞춰 방문한다면 가장 화려한 장면을 만날 수 있다.


관리와 관련된 문의는 의령군청 산림휴양과(055-570-2440)에서 가능하다. 가을빛 풍경과 더불어 역사적 의미까지 함께 누릴 수 있는 곳이기에 가족, 연인, 친구와 찾기에도 좋은 여행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