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여기 한국 맞아?”… 제주도에 펼쳐진 이색 해안 산책 명소

돌염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상덕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세련된 카페와 인파로 북적이는 제주시 애월 해안도로 한편에 시간의 결이 다른 풍경이 눈길을 끈다. 

돌염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상덕
돌염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상덕

이곳은 ‘너럭바위’를 뜻하는 제주말 ‘빌레’에서 비롯해 ‘소금빌레’라 불렸다. 단순한 돌밭이 아니라, 바람과 햇살을 활용해 소금을 길러내던 마을의 생활 현장이자 지혜의 결정체였다.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검은 현무암에서 어떻게 소금이 만들어졌는지 의아하다. 그러나 구엄리 돌염전에는 자연의 원리를 꿰뚫어 본 방식이 숨어 있다. 바닷물을 가두는 고랑, 간수를 농축시키는 햇살과 바람, 그리고 이를 소금밭으로 옮겨 결정이 맺히는 과정까지 치밀한 과학이 적용됐다.

실제로 이 방식은 별도의 도구 없이도 소금을 얻을 수 있는 ‘천연 증발 접시’였다. 평평한 현무암 지대는 제주의 바람을 모으고 태양열을 극대화해,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소금 농사를 가능케 했다.

돌염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돌염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구엄리 돌염전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마을 생계를 책임진 산업의 무대였다. 기록에 따르면 전성기에는 연간 생산량이 17톤에 달했고, 맛이 순하고 단맛이 돌아 제주 소금의 명성이 전국에 알려졌다.

주민들에게 염전은 어장 못지않은 생활의 터전이었다. 소금 한 줌이 마을 사람들의 노동과 생존을 상징했으며, 당시 구엄리는 ‘소금 마을’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산업 구조가 바뀌면서 전통 염전의 운명도 달라졌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값싼 소금이 등장하자, 노동 강도가 높은 돌염전은 경쟁력을 잃었다. 결국 소금빌레는 주민들의 기억 속에서만 남은 채 황폐화되었다.

돌염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돌염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이 변화는 단순히 생산 방식의 교체가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생활과 풍경이 송두리째 바뀌는 전환점이기도 했다.

현재 구엄리 돌염전은 ‘제주시 숨은 비경 31’에 포함되어, 화려한 관광지와는 다른 깊은 이야기를 전한다. 입장료 없이 누구나 들를 수 있어 여행객들은 자연과 시간을 함께 체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