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가을이 깊어질수록 전국의 들판과 공원은 분홍빛으로 차오른다. 핑크뮬리는 이제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가을을 상징하는 계절의 풍경이 됐다.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에 자리한 바람새마을은 이름만 들어도 낯설지만, 발길을 옮기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이곳은 농촌 체험과 생태 교육이 결합된 살아 있는 마을로, 핑크뮬리를 계절의 무대 삼아 독특한 이야기를 전한다.
바람새마을의 뿌리를 살펴보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설화와 서정이 함께 깃든 공간임을 알 수 있다. 마을 앞 진위천 나루터에는 고기잡이 총각 다라와 처녀 고비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 전설은 마을의 풍경을 낯설지 않게 만들며, 핑크뮬리가 피어나는 계절마다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또한, 이곳은 동요 ‘노을’의 탄생지로도 알려져 있다.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만들었던 이오덕 선생의 흔적이 남아 있어, 풍경 그 자체가 한 편의 동시처럼 다가온다. 가을의 바람과 함께 핑크빛 군락을 걷다 보면 자연과 서정이 겹겹이 포개진다.

핑크뮬리는 9월 하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즐길 수 있지만, 10월 초중순이 가장 화려하다. 바람새마을은 이 시기에 맞춰 축제의 장을 연다. 햇살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분홍빛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하나의 거대한 물결처럼 일렁인다. 관광객들에게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대지 위에 펼쳐진 예술작품을 마주하는 경험이 된다.
많은 방문객이 몰리는 만큼, 주차는 중요한 포인트다. 마을 입구에 무리하게 차를 대는 것보다 바로 옆 소풍정원 공영주차장을 활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 도보 2~3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무료 개방되어 있으며, 산책로와 정자가 있어 사전 산책 후 마을로 향하면 여행의 만족도가 배가된다.
마을 입장은 카페 건물이나 무인 발권기에서 가능하다. 요금은 1인 3천 원이며, 만 36개월 미만은 무료다. 주말에는 카드 결제를 위한 대기 줄이 생기기 때문에 현금을 지참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팁이 된다.

입장 후 마주하는 핑크뮬리 정원은 시간대마다 색감이 달라져 사진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곳곳에 포토존이 설치돼 있어 누구나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바람새마을의 진짜 매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을 위한 농촌 체험과 생태 학습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단순한 관람이 아닌 교육적 체험도 가능하다. 예약은 사무실을 통해 사전 문의가 필요하며, 체험과 관람을 함께 즐기면 하루가 짧게 느껴질 만큼 풍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