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도 용태영 기자) 수목원은 으레 깊은 산속에 자리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러나 서해의 짭조름한 바람이 스며드는 경기도 안산 단원구 대부도에는 바다를 배경 삼아 조성된 특별한 수목원이 있다. 바로 2019년 5월 문을 연 ‘바다향기수목원’이다.

이곳은 총면적 101ha, 약 30만 평에 달하는 규모로 12년의 준비 끝에 탄생했다.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기후 변화 속에서 해안 식생을 보존하고,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공공 생태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기도는 2007년부터 도유림을 활용해 수목원 조성을 시작했다. 목표는 사라져가는 해안 식물을 보존하고 시민들에게 새로운 산림 휴양지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현재는 1,100여 종, 41만 본에 달하는 식물이 식재되어 ‘살아있는 해안 식물 도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바다향기수목원은 입장료와 주차료가 모두 무료다. 자연은 소수의 자산이 아니라 모두가 누려야 한다는 경기도의 정책적 철학이 반영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수목원의 중심부에서는 전형적인 분수 대신 벽을 따라 흐르는 ‘벽천’을 만날 수 있다. 예측 불가능하게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서해 바람과 어우러져 색다른 청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어지는 길은 국내 최장 70m 길이의 도자 예술 언덕이다. 파도와 물고기, 구름과 태양을 형상화한 도자기 조각들이 바닥과 벽면을 채우며, 단순한 산책로를 하나의 예술 전시장으로 바꿔놓는다.
예술 언덕 끝에 자리한 ‘상상전망대’는 바다향기수목원의 하이라이트다. 전망대에 오르면 서해의 누에섬과 제부도, 드넓은 갯벌이 시야 가득 펼쳐진다. 이름 그대로 모든 상상이 전망되는 곳이라는 설명이 과장이 아님을 체감하게 된다.

수목원은 하절기 오후 6시, 동절기 오후 5시에 문을 닫으며, 입장은 마감 1시간 전까지 가능하다.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은 휴관일이므로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걷기를 즐긴다면 ‘경기둘레길 49코스’와 연결해 둘레길과 수목원을 함께 경험하는 방법도 좋다.